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 뉴시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보이콧으로 15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의원들이 출석했지만, 법안처리를 할 수 있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처리하려고 했던 90개의 무쟁점 법안은 발목이 묶였다. 여야 대치 국면이 길어지면서 여야가 연내 처리를 약속했던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과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3법’도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당초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를 모든 어린이집으로 확대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등 여야가 합의한 법안 90개를 처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문 의장은 “국민들 보기에 너무나 부끄럽고 의장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확인해본 결과, 오늘 본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안타깝게도 오늘 본회의는 개의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본회의 무산을 선포했다.

문 의장은 “교섭단체 간 합의는 약속이다. ‘약속은 신의와 성실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법학통론의 기본 명제다. 이를 깨려면 천재지변과 같은 사정변경이 있거나 새로운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본회의 개의 약속을 어겨서는 안 된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책무를 어기는 것이고 의장의 임무를 해태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의미에서 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또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하기 위한 여야 합의를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의사일정 보이콧’이라는 강경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본회의 연기를 비롯한 두 야당의 요구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선 아무런 접점도 찾지 못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 홍 원내대표의 독선과 아집이 있다. 국회를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의도에 대해 민주당은 청와대 출장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진정한 마음을 갖고 홍 원내대표를 설득하려 했지만, 민주당이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 야당 요구 관철 어려울 듯… 민생법안 ‘뒷전’

홍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해가 안 된다”며 “야당으로서 여러 비판을 할 수는 있는데 원내대표로서는 그래도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국회를 생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국회를 보이콧한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조명래 장관 임명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조국 민정수석 해임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조명래 장관은 (청와대의) 7대 인사 배제 원칙에 해당되는 게 없다. (조 장관) 인사청문회도 어떤 정책이나 국정 수행능력을 갖고 진행된 게 아니라 (야당이) 마치 부도덕한 사람처럼 만들어놨다. 문제가 없으니 대통령이 임명한 것”이라고 했다. 또 “조 수석 해임 요구도 정치공세로밖에 볼 수 없다. 민정수석은 최종적으로 인사권에 대해 실무적으로 명백한 오류, 7대 인사 배제 원칙에 해당되는 후보자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그 두 가지 요구를 우리가 수용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반박했다.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일단 정부의 전수조사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문제점이 도출되면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국정조사는 대개 이틀 정도 하고 마는 건데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 그 방대한 대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괜히 정쟁이나 의혹만 부풀려놓고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나게 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민생과 직결된 법안 처리도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윤창호법’은 여야가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었지만, 세부 조율이 끝나지 않아 오는 20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회계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되며 국민적 공분이 들끓자 여야가 한목소리로 연내 처리를 약속했던 ‘유치원3법’은 한국당의 몽니로 자꾸 미뤄지고 있다. 한국당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낸 ‘유치원3법’이 사유재산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별도의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논의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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