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증권가에 인사시즌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주요 증권사 CEO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될 예정이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도 이 중 하나다. 업계에선 흑자전환 성과를 감안해 그의 연임을 기대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물론 인사에는 워낙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 다가오는 임기 만료…  연임 전망 놓고 의견 분분 

권희백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그는 한화투자증권 역사상 첫 공채 출신 사장으로 지난해 6월 여승주 전 대표의 후임으로 깜짝 발탁됐다. 

권 대표는 1988년 한화증권에 입사해 약 30년간 증권사 영업, 기획, 자산운용 리스크관리 등을 수행한 정통 증권맨이다. 당시 회사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내부 출신의 증권 전문인력을 선임하는 카드를 꺼냈다. 한화투자증권은 2015년 발생한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운용 손실로 2016년 대규모 손실을 내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곳이다. 서서히 손실이 해소되는 시점에 내부 베테랑을 수장으로 앉혀 수익 개선을 적극 꾀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됐다.  

실적만 보면 이같은 인사는 유효한 결과를 냈다는 평가다. 권 대표는 지난해 목표로 했던 흑자전환을 성공시킨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흑자흐름을 이어갔다. 한화투자증권의 3분기 세전이익은 2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3%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이익은 859억원으로, 이 역시 전년대비 60.3% 늘었다. 자산관리(WM) 본부의 경우 3분기 시장 거래대금 감소에도 누적 순영업수익이 작년 동기보다 226억원 늘어난 1,19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업계에선 벌써부터 그의 연임을 긍정적으로 점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인사는 워낙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분야다. 더구나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대표이사들의 재임 기간이 짧은 사례가 많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2005년 이후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지낸 5명의 CEO 중 임기를 3년 이상 넘긴 인사는 1명(진수형 전 대표) 밖에 없었다. 나머지 인사들은 평균 2년 안팎의 임기를 지낸 후 물러났다. 권 대표의 전임인 여 전 대표는 단명 CEO의 운명을 비켜가진 못했다. 경영성과가 준수했음에도 1년 4개월만에 교체된 것이다. 

◇ ABCP 부실 사태 후폭풍 변수 

더구나 한화투자증권은 예상치 못한 악재까지 맞이한 상황이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GCG)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부도 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태는 지난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이 CERCG가 보증하고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ABCP로 유동화해 국내 금융사에 판매하며 시작됐다. 발행 3일 만에 CERCG 자회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국내에 팔린 ABCP는 부도처리됐다. 결국 이 ABCP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됐다. 

증권업계에선 지금까지도 이 사태로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한화투자증권도 책임론에 휘말려있다. 사실상 발행 주관사 역할을 했으면서도 리스크 위험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현대차증권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며 중요 사항을 알리지 않은 혐의로 한화투자증권 실무 담당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말 경찰이 한화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권 대표는 이 사태로 지난달 국정감사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해 날선 공세를 한 몸에 받아야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ABCP 발행에 법적 책임이 있는 회사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라고 꼬집어 그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과연 이같은 구설과 논란이 내년 초 이뤄질 인사평가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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