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바른미래당 대표가 자유한국당과 함께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것에 대해 손학규 대표는 16일 "오죽하면 본회의를 거부하겠나"라고 평가했다. / 뉴시스
김관영 바른미래당 대표가 자유한국당과 함께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것에 대해 손학규 대표는 16일 "오죽하면 본회의를 거부하겠나"라고 평가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민생정당', '경제정당', '대안정당'을 표방하던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과 함께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다. 거대양당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며 국회 파행 최소화에 주력해온 바른미래당이 예산안 심사와 '유치원 3법' 등 민생법안이 달려있음에도 본회의를 보이콧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적 요구이자 국회의 책무인 공공기관 내 고용세습과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회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헬조선의 원인이나 다름없는, 공공기관 고용세습과 채용비리를 그냥 놔두려하고 있다"며 "시기에 대해서는 조율할 수 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은 국정조사에 즉각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은 생색내고, 청와대는 하나마나한 인사기준을 만들어서 면죄부 기준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납득 가능한 기준을 다시 만들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2월 출범한 이래 세 번 보이콧을 감행했다. 김동철 전 원내대표 시절 방송법 개정안과 드루킹 특검 도입을 놓고 두 번 보이콧 했고, 6월 이후 김관영 원내대표 체제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서 김 원내대표는 '양보'에 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원하는 경제 관련 상임위원회를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합의는 해야 하고 저희가 많이 양보했다"고 할 정도였다. 개혁·민생 입법을 위해서는 민주당의 손을 종종 들어주기도 했다. 개혁입법연대나 특별재판부 설치에 민주당과 함께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국회 파행을 막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김 원내대표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이유는 민주당의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채용비리 국정조사 불수용,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의지 부재 등이다. 여야정협의체 조기 출범을 촉구했던 것도 김 원내대표지만, 이마저도 직접 발로 찼다.

국회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그대로 내달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정부여당만 좋은 일을 해주는 셈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취지의 '유치원 3법'과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주내용으로 한 '윤창호법' 등 민생법안을 발목잡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민감한 시기임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보이콧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보이콧 중독증'이라는 민주당의 비난도 개의치 않은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수용 ▲인사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 해임 ▲현 상황에 대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사과 등 정부여당으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웠다. 이는 정부여당이 협치를 말하면서도 야당의 지속적인 요구를 무시하는 것에 대해 더이상 양보만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오죽하면 김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국회의원들이 본회의를 거부하고 예산심의도 안 하겠나"라며 "(청와대는) 인사문제에 대한 국회의 의견을 들어주고, 여당은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수용해 국회를 정상화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