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청년을 대상으로 한 불법금융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금융당국을 규탄했다.
시민단체들이 청년을 대상으로 한 불법금융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금융당국을 규탄했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금융에 대해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피해를 신고하자 오히려 면박을 주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불법금융 감시 및 피해자 구제를 방기하는 금융감독원을 규탄하고, 피해 청년들에 대한 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금감원, 피해자 탓하면서 불법대출 방치해”

“이제 와서 몰랐다고 하면 되냐? 그 사람들(대부업체)이 잘못한 게 있다고 생각하느냐”

과잉 대출을 조장한 대부업체를 신고한 A씨가 금감원 담당 직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일반 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한 청년 A씨는 지난 5월 85만원이 필요해 대부업체에 대출신청 문의를 했다. 해당 업체는 85만원이 필요하다는 A씨에게 “300만원을 입금시켜 줄테니 필요한 만큼 쓰고 잔금을 재입금하라”고 했다.

A씨는 상담원으로부터 대출 당일 초과금액을 상환해도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다는 말을 듣고 300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85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15만원을 대부업체에 재입금했다. A씨의 경우 필요했던 금액만 사용하고 잔금을 바로 돌려줬지만, 이처럼 초과 대출을 받은 경우 당초 계획 이상으로 사용하는 사례들도 왕왕 있다. 대부업 대출은 소액만으로도 타격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이용을 자제해야 하지만 업체에서 생활이 어려운 청년들의 상황을 이용해 더 많은 액수의 대출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청년드림은행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된 A씨는 지난 10월 금감원 불법금융신고센터에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신고 후 A씨는 대부업체로부터 지속적으로 “원하는 게 뭐냐”는 연락을 받아야 했고, 금감원 담당자는 “금감원이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니 대부업체와 이야기 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수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센터장은 “A씨가 신고한 이유는 대출금을 탕감받기 위해서가 아닌, 향후 자신과 같은 청년들이 겪을지도 모를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면서 “하지만 A씨는 금감원에게 ‘일은 그렇게 다 해놓고 이제 와서 당시는 몰라서 그랬다고 하면 되냐. 그 사람들이 잘못 한 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100만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300만원을 입금해주고 돌려받는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오히려 ‘대부업체가 그렇게 영업했다고 그걸 따르는 게 맞는거냐’며 피해자 탓을 했다. 이는 사실상 업체들의 불법행위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장병완(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금융기관에 민원을 넘기고, 당사자인 민원인에게 회신하지 않는 ‘단순이첩’ 비율이 20%를 넘었다.

‘청년 빚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청빚넷)’가 16일 서울시동작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금융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피해 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청빚넷 제공
‘청년 빚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청빚넷)’가 16일 서울시동작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금융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피해 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청빚넷 제공

◇ “불법대출광고 SNS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파산에 이르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불법금융 피해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 빚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청빚넷)’는 16일 서울시동작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금융 신고를 외면하는 정부를 규탄하고 강력한 단속과 피해자 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청빚넷은 지난 1년 동안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작업대출과 내구제 대출 광고를 적발해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이후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 등에서 불법금융광고가 검색되지 않도록 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작업대출이란 대출이 어려운 고객의 서류를 위조해 금융사를 상대로 사기대출을 받게 하는 행위다. 내구제 대출는 대체적으로 ‘휴대폰 깡’으로 이뤄지며,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공기계를 되팔아 현금을 얻는 방법이다. 이 같은 불법적 대출 행태는 SNS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영섭 빚쟁이유니온 위원장은 “항상 생활비와 학자금에 쪼들리는 청년들은 ‘빠른 대출’, ‘서류 만들어드립니다’와 같은 문구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면서 “결국 100만원을 구하려다 1,000만원의 빚을 떠안고 파산에 이르거나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비정상 대출로 피해를 입은 청년들을 위한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신고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단법인 두루 이태영 변호사는 “금융회사의 대출 심사 및 본인확인 조치를 강화하고, 다회선 휴대폰 개통을 엄격히 제한하여야 한다”면서 “또한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고, 비정상 대출 브로커와 중개업체에 대한 형사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자유한국당) 의원이 금감원에 제출받은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접수 현황’에 따르면 2012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접수된 불법 대부업 광고는 2만4,313건(7.2%)로 나타났다. 고금리 피해는 1만2,556건(3.7%), 미등록 대부업체 신고는 1만1,068건(3.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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