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사건’은 우리사회가 품고 있는 숙제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내용이나 양상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그동안 우리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들의 복사판이다. 또 다시 찝찝한 뒷맛을 남긴 채 그냥 넘어간다면, 머지않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사건 당사자들의 문제는 경찰 수사와 향후 재판에 맡겨두고, 이번 ‘이수역 폭행사건’을 통해 우리사회가 정말로 성찰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짚어보자.

이수역 폭행 사건은 초기 알려진 것과 다른 사실관계가 드러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수역 폭행 사건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초기 알려진 것과 다른 사실관계가 드러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한 차례 큰 반전이 있었던 ‘이수역 폭행사건’은 과거 한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던 ‘240번 버스 사건’이다.

240번 버스 사건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린 아이 혼자 버스에서 하차한 상황에서 미처 내리지 못한 아이 엄마가 하차를 요구했지만, 버스 기사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버스를 출발시켰고 욕까지 했다는 것이다.

상식에서 벗어난 버스 기사의 행동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언론 보도를 통해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다. 특히 버스 기사에 대한 비판이 거셌고, 비판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졌다.

그런데 이후 이 사건은 180도 반전을 맞게 된다. 버스 내부 CCTV 확인 결과, 처음 알려진 내용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들끓었던 여론과 달리 버스 기사는 비상식적이거나 악의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진실이 밝혀졌지만, 240번 버스 기사는 이미 마녀사냥으로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당시 버스 기사는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이수역 폭행사건’과 ‘240번 버스 사건’의 공통점은 초기에 알려진 내용으로 거센 비판 여론이 형성됐지만, 이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또한 잘못된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지는 사이 당사자들은 심각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다.

이는 정보전달이 급속도로 빨라진데 따른 부작용 중 하나다.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거나 한쪽 주장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이것이 퍼져나가는 속도는 순식간이다. 자극적인 내용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사실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그렇게 잘못된 내용이 돌고 돌면서 기정사실화되고, 분노는 점점 커지는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240번 버스 사건’은 이처럼 잘못된 정보에 따른 마녀사냥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 우리사회는 또 다시 같은 양상을 반복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피해를 되돌릴 길이 없다는 점이다. 마녀사냥의 희생양들은 그저 진실이 규명되고 오해를 벗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뿐이다.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된데 따른 보상이나 조치는 전혀 없다. 사건은 곧 잊어지겠지만,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혹은 스트레스에 의한 질병과 같은 실질적인 피해나 극단적인 선택 등을 낳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양상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SNS나 온라인을 차단할 수도 없고, 정보의 전달을 막을 수도 없다. 잘못된 정보를 유통시킨데 따른 법적 처벌도 무조건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해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 역시 사실관계 확인 등에 적잖은 시간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스스로의 노력이다. 분노를 일으키는 소식이 있더라도,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판단에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립되는 주장이나 사실이 있을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소 피곤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유통되는 시대에 이러한 노력은 감수해야 한다.

잊지 말자. 자신도 언젠가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또 충분히 알고 난 뒤에 비판해도 늦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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