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기록을 상습적으로 조작한 공공 하·폐수처리장 위탁운영업체들이 적발됐다.
수질 기록을 상습적으로 조작한 공공 하·폐수처리장 위탁운영업체들이 적발됐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일부 공공 하·폐수처리장들이 수질 기록을 상습적으로 조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조작을 위해 동원한 갖가지 방법들이 큰 충격을 안겨준다.

환경부는 5월부터 9월까지 실시한 환경사범 기획수사를 통해 원격감시장치(Tele Monitoring System, 이하 TMS) 기록을 상습적으로 조작한 공공 하·폐수처리장 8곳을 적발하고, 관계자 2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기준치를 넘어선 하·폐수가 조작 뒤에 숨어 방류되고 있었던 것이다.

적발된 업체들의 조작 방법은 가지각색이었다. 먼저, 포A하수처리장의 위탁운영업체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5년간 2만 차례에 걸쳐 수질을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질오염물질인 총질소 값이 방류수 수질기준의 70%에 접근하면, TMS의 전압값을 낮춰 기준치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TMS의 전압값을 낮추면 측정값이 실제 농도보다 낮아져 오염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같은 조작은 치밀하게 이뤄졌다. TMS 관리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이러한 조작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TMS실의 출입문 개폐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하지만 해당 업체의 직원들은 창문을 통해 TMS실에 들어가거나, 출입문 센서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피했다.

TMS실에 잠입한 이후에도 치밀함은 계속됐다. 일반모드에서 전압값을 변경할 경우 이력이 자동으로 남는다는 것을 알고, 비밀모드로 전환한 뒤 전압값을 변경한 것이다.

이렇듯 치밀하게 진행된 조작은 이들이 무려 5년간 꼬리를 밟히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실은 디지털포렌식까지 동원해 전압값 변경 이력을 확인한 뒤 조작의 전말을 밝혀냈다.

아예 ‘바꿔치기’를 한 곳도 있었다. B폐수처리장의 위탁운영업체는 총인(T-P) 농도가 방류수 수질기준을 넘어서자 미리 준비한 깨끗한 물을 투입해 수질 오염도가 낮게 측정되도록 조작했다. C폐수처리장 역시 방류수 수질기준을 초과할 우려가 있을 경우 측정기의 상태를 점검 중으로 변경한 후 측정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 역시 TMS실에 잠입하기 위해 이유를 조작하거나 창문 또는 센서조작 등의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꿔치기용 물로 수돗물 등 완전히 깨끗한 물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앞서 기준치 이내로 확인된 방류수를 따로 모아뒀다가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밖에도 측정기의 영점이나 측정용 혼합시료의 비율을 조작한 곳도 있었다. 완전히 처리되지 않은 오염된 물을 그대로 방류하거나 적정하지 못한 운영으로 축소된 처리능력을 개선하지 않아 강우시 무단방류 되도록 한 업체 3곳도 함께 적발됐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토록 치밀하게 수질 기록을 조작하고, 또 처리되지 않은 오염된 물을 방류한 것일까.

마재정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은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수질 TMS 측정기 조작행위 등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관리대행사가 TMS를 조작했을 때 지자체로부터 얻는 상대적 이익이 적발 시 받게 되는 벌금 등의 불이익보다 몇 배나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류수질기준이 초과될 경우 지자체는 위탁운영업체에 지급하는 운영비를 삭감할 수 있다. 삭감 가능한 규모는 최대 연간 수억원에 달한다. 반면, 불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받게 되는 처분은 최대 징역 5년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위탁운영업체 입장에서는 조작을 해서라도 방류수질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행여나 적발이 되더라도 더 이익인 셈이다. 또한 TMS실 출입문 센서를 조작해 잠입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은 아예 마련돼 있지 않다.

마재정 환경조사담당관은 “앞으로 미세먼지, 폐기물, 유해화학물질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오염물질 배출 분야에 대해서는 환경특별사법경찰단의 수사 등을 확대하고 중대 환경범죄사범의 처벌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이번 기획수사를 통해 드러난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선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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