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9일 오전 바른미래당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이 지사의 경찰 출석은 6·13 지방선거에 당선된 이후 처음이다. /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9일 오전 바른미래당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이 지사의 경찰 출석은 6·13 지방선거에 당선된 이후 처음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경찰이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주인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로 결론 내리자 더불어민주당이 곤경에 빠진 상황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닉네임 ‘혜경궁 김씨’(@08__hkkim)는 당시 이재명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경쟁 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8일 ‘혜경궁 김씨’를 김혜경 씨로 결론짓고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된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이재명 지사는 19일 경기도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혜경궁 김씨) 계정 주인, 그리고 글을 쓴 사람은 제 아내가 아니다. 경찰은 제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제 아내로 단정 지었다. 수사 내용을 보면 네티즌 수사대보다도 오히려 판단력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경찰이 이미 목표를 정하고 그게 이재명의 아내라는 데 (결과를)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해당 사건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그만들 해라”라고 날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선 민주당은 해당 논란에 대한 검찰 기소 내용 등을 지켜본 후 공식입장을 내겠다며 일단은 침묵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지사가 경찰의 수사 결과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는 만큼 검찰 기소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걱정을 한다. 그러나 공당으로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사태를 좀 더 지켜봐야 되지 않느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 지사와 접촉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없다”라면서 “기소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지 우리가 내용을 모르는데 이 지사 말만 들으면 남들 보기에는 ‘해명하라고 불렀나’ ‘봐주려고 불렀나’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당내에서 (이 지사와 관련한) 문제 제기를 한 의원들은 없다. 지난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문제제기 한 의원들도 ‘이건 지켜보자’고 말한 것 같더라. 당내 갈등으로 확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 지지층 분화 조짐… 당은 ‘입단속’

하지만 사건은 자칫 내부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혜경궁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때문에 이 지사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로 밝혀질 경우 민주당 지지층이 분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내 의원들은 ‘입단속’을 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문 대통령 지지층인 ‘친문’ 진영에서는 이 지사를 출당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표창원 의원이 17일 자신의 SNS에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가 김혜경 씨라면 이재명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며 거짓말로 많은 사람 기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이 지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므로), 법정에서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자 이 지사 지지층에서는 성폭행 논란으로 제명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불륜 의혹으로 후보직을 사퇴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등에 대한 당의 조치와 일관성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 지사는 자신에 대한 출당·사퇴 요구를 “정치적 공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뇌물을 받았다면 처벌하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무고한 사람을 놓고 니가 죄를 지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 프레임이고 가혹한 정치적 공격이다. 사실이 아닌데 가정을 해서 말하면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지사 관련 논란이 확산되면서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몇 주 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보도된 리얼미터·CBS 11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40.5%로 7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12일에는 37.2%까지 떨어졌다가, 14일 이후 3일 연속 40%대 초반을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이번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응답률은 7.5%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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