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사내에서 쓰려져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직원 가족과 산재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직원 가족은 사측의 잘못된 진술로 산재신청을 인정받지 못했다며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산재 승인 여부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 “억울하게 산재 불인정” 청와대 국민청원 글 눈길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산재 공방과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쓰러진 직원의 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하이트진로의 횡포로 아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사건은 하이트진로가 한창 희망퇴직을 추진하던 시점인 지난해 3월 일어났다. 당시 청원인의 아들인 A씨는 하이트진로에서 총괄지원팀 과장으로 재직 중이었으며, 동시에 그는 진로노동조합의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29일 A씨는 정상 출근 후, 노조 사무실에서 영업관리지부장과 대화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후 그는 식물인간 상태로 현재까지 병원에 누워있다.  

청원인은 아들인 A씨가 쓰러지기 전, 사측의 부당한 구조조정에 대응하고자 동분서주했다고 주장했다. 쓰러진 날 역시, 희망퇴직 압박에 시달리는 동료들의 부당한 처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조 사무실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노조 관계자와 이와 관련된 대화를 하던 도중,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졌다는 게 청원인의 주장이다. 

청원인은 A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을 업무상 산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재 신청 과정에서 회사 관리자급 직원의 번복 진술과 회사의 날인 거부로 불이익을 봤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청원인은 “당초 아들의 상사인 B부장은 주위 동료들에게 ‘회사의 부당한 구조조정과 부서원 중 2명이 강제 퇴직 신청으로 인해 아들에게 업무가 가중 됐고, 성과개선 TFT에 근무하는 선배들을 강제로 보직 및 업무를 정지시키고 창고에 의자만 놓고 대기시켜서 그들을 감시, 보고하는 근무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우리가 선임한 노무사에게도 진술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회사(사업장)의 대표자격으로서 산재공단에 제출한 진술서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고 청원인은 주장했다. B부장은 A씨가 매일같이 소주 3병에 담배 2갑씩 흡연했다는 내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 하이트진로 “산재 인정 여부, 근로복지공단 판단 영역 ” 

청원인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진술했는지 가족이 항의했지만 답변을 못했다”며 “산재는 불승인처리됐다. 이에 가족들은 현재 매월 1,000만원이 넘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4개월 후에 병원에서 내몰릴 시 목숨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하이트진로 측은 “산재 인정 여부는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하는 영역”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우선 산재를 회사 입장에서 회피할 이유가 없다”며 “산재 승인은 근로복지공단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 이를 ‘하라마라’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재 신청 과정에서 회사의 날인 거부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초창기 의견 조율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로 보인다”며 “당초 직원 가족들이 진술서를 써와 자필 날인을 해달라고 했는데, 당시 시점에선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 B부장의 진술이 석연찮게 번복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추후 동료들로부터 확인해본 결과,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들을 알게 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복지공단의 산재 불인정과 관련해선 “자세한 내용은 알기 어렵지만, 과거 병력 등도 하나의 원인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번 논란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어쨌든 직원이 직원이 쓰러진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직원 가족을 돕고자 모금운동과 사내 기금을 통해 1억원 이상을 모아 지원했는데,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확산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호소했다. 

희망퇴직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일축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말 그대로 희망하는 직원들만 신청을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강압은 없었다.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다른 퇴직 직원들 사이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직원 A씨의 가족은 산재 불인정 처분에 불복, 다시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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