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와 언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뉴시스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와 언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보수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관련 결정이 매우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이란은 풀어주고, 북한을 압박했던 이전 미국 정부의 기조와 정반대 선택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위대한 결정들을 내렸다”면서 “내가 가야할 길을 가겠다”며 지금의 방향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직면한 핵 위협의 두 축은 이란과 북한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대이란 전략은 다자협상으로, 대북 전략은 제재와 압박으로 해법을 모색했다. 산유국인 이란은 경제제재를 피할 구멍이 많고 동맹국들의 이해관계가 있었던 반면, 북한은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붕괴론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서도 8년 간 버텨냈고, 매년 경제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8년과 지난 9월 모두 평양을 방문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평양에 국한된 것이지만 건축물이나 시민들의 모습에서 경제발전의 흔적이 보였다. 사실상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먹혀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대이란 협상에 비판적이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시점을 늦췄을 뿐, 항구적인 폐기를 약속하진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러시아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 중간선거 전 이란핵협상을 파기했다. 청와대나 국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CVID가 최종 목적임은 물론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향성에 대해 미국 주류사회가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북협상 결렬과정에서 쌓인 불신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주류언론의 비판적인 관점이 녹아들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CSIS의 ‘삭간몰 비밀미사일 기지’ 보고서와 이를 인용한 뉴욕타임즈의 보도다. 뉴욕타임즈는 보고서의 내용을 기초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기만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삭간몰 기지 관련 보도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비밀’ 혹은 ‘기만’이라고 규정하기에 근거가 다소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주류사회의 기류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볍게만 볼 사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한 시사방송에서 “CSIS는 미국에서도 가장 큰 싱크탱크 중 하나로, 정보 네트워크는 국무부, CIA 등과 다 연결이 돼 있다”며 “행정부, 정보기관, 싱크탱크, 의회 등 미국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한 의구심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는 미국 주류의 이 같은 분위기가 북미 비핵화 협상동력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싱크탱크들이 북한인권, 생화학무기, 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해 보고서를 계속 내고 미국 내 반북여론이 강해지면 협상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의 타이밍과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매우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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