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재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61) 전 대법관이 14시간 30여분 간의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대법관은 조사 시간 중 3시간 가량을 자신의 진술서를 검토하는 데 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박 전 대법관을 재소환해 나머지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9일 박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1시 46분까지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소송 등 재판개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개입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행정소송 개입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개입 ▲서울남부지법 위헌제청결정 사건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수집 ▲ 법관사찰 ▲ 비자금 조성 등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사법행정 2인자’ 자리로 꼽히는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보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전임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김기춘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과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도 참석했다. 검찰은 이날 회의에서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을 수집하고, 당시 법원행정 및 상고법원 추진을 반대한 법관과 변호사단체 등에 대한 사찰,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각종 사법 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가’, ‘최종 지시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인가’라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조사에 들어가기 전 짧은 입장 표명에서도 “법관으로 봉직하는 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면서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법관의 관련 혐의가 30개가 넘는데다, 사법 농단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박 전 대법관의 재소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조만간 박 전 대법관을 재소환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 소환하고, 지난 9일에는 참고인 신분으로 민일영 전 대법관을 조사한 바 있다. 향후에는 후임 법원행정처 처장인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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