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외국계 기업들에도 직장 내 갑질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는 물론 외국계 기업들에도 직장 내 갑질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국적을 불문하고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들의 문화가 후진성을 벗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갑질’과는 동떨어진 선진적 사내 문화가 정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외국계 기업에서 부당한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인들의 ‘2018 대한민국 직장 갑질 지수’를 공개했다. 이 단체가 조사한 ‘직장 갑질 측정 지표’에 따르면 직장 내 갑질 지수는 100점 만점에 35.0점이었다. 100점에 근접할수록 갑질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는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총 10개 영역 68개 문항을 설문한 결과다.

68개 항목은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저촉될 수 있는 위법적 성격을 가진 내용들이다. 35점이라는 지수를 숫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취업정보 사이트 채용정보가 실제와 다르다’는 항목이 47.2점으로 높은 축에 속했다. ‘채용면접에서 제시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44.8점), ‘업무시간 이외에 SNS로 업무지시를 한다’(44.0), ‘부하직원을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다’(40.5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외국계 기업=선진적’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깨는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의 항목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50점이 넘게 나온 항목이 다수였다. ‘취업정보 사이트 채용정보가 실제와 다르다’는 항목에서 외국계 대기업은 59.6점이 나왔다. ‘업무시간 이외에 SNS로 업무지시를 한다’에 관해서는 51.9점을 얻었다.

직장갑질 119는 ‘매년 연말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여는 한 외국계 대기업은 여성 직원들에게 섹시한 옷을 입고 장기자랑을 하도록 시킨다’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부하직원을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다’(55.8점), ‘회사가 가해자로부터 직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53.8점), ‘회사가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는 직원을 보호하지 않는다’(50.0점) 등도 대표적인 문제로 꼽혔다.

이에 직장갑질 119는 국내와 외국계를 막론하고 만연해 있는 사내 갑질을 근저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아직 법사위에 계류 돼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조속히 통과돼야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9월 관련 법안이 국회 법안 심사 첫 번째 단계를 통과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2개월이 넘도록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는 “일부 의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관련법이 통과되는 것만으로도 직장 내 갑질 어느 정도 근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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