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삼천리 자전거가 미세먼지 등 야외활동 감소 등으로 인한 변화된 시장 환경으로 인해 급격한 실적 하락을 겪고 있다. / 삼천리 자전거
업계 1위 삼천리 자전거가 미세먼지 등 야외활동 감소 등으로 인한 변화된 시장 환경으로 인해 급격한 실적 하락을 겪고 있다. / 삼천리자전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40%가 넘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국내 자전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천리자전거가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야외활동 감소와 해외 브랜드의 장벽에 부딪혀 급격한 실적 하락을 겪고 있다. 규제 완화로 숨통인 트인 전기자전거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탓에 올해 적자 진입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 미세먼지 공격에… ‘1위’ 명성에 균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삼천리자전거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흑자에 턱걸이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올해엔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누적 영업손실이 60억원이 쌓였다. 야외활동이 줄어드는 11월부터 2월까지가 자전거업계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천리 자전거의 적자 전환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 생활수준이 올라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자전거 이용층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업계 전망을 밝게 봐왔다. 하지만 미세먼지 등 레저 생활과 직결된 날씨가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면서 업계 활력이 돌지 않고 있다. 여기에 충성 고객이 포진해 있는 일부 마니아층에서 외국 자전거를 선호하는 현상마저 뚜렷해지면서, 국산 자전거의 자존심과도 같은 삼천리자전거의 명성에 균열이 생겼다.

2015년 150억원에 달했던 삼천리자전거의 연간 영업이익은 이듬해 58억원으로 급감했다. 당해 당기순이익도 125억원에서 6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영업흑자 규모가 전년 대비 무려 95% 감소한 3억원으로 추락했다. 올해엔 마지막 사업 분기를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누적 영업손실이 60억원이 쌓인 상태.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 전기자전거 주도권 잡은 ‘알톤’의 반격

삼천리자전거의 사정이 나빠지면서 이와 연계된 자회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천리자전거가 지분 100%를 가진 자전거 도소매 업체 에이치케이코퍼레이션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됐다. 134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2% 감소한 104억원으로 축소됐으며, 모기업과 마찬가지로 간신히 영업흑자(1억)를 내는 데 그쳤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날씨 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 됐다”면서 “내부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경기를 돌파한 대응을 마련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천리자전거의 경영 상태가 난관에 봉착한 건 꼭 시장 환경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기자전거 등 업계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분야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게 이뤄졌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3월 자전거법 개정안 시행으로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주행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업계 2위이자 경쟁사인 알톤스포츠의 경우 전기자전거에 주력해 3년 만에 적자 터널에서 나올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알톤스포츠는 삼천리자전거와 달리 올해 3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알톤스포츠 관계자는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전기자전거 분야에 주력한 결과”라며 “대외비적 성격이라 정확한 비중을 공개하기는 힘들지만 전기자전거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전기자전거만 놓고 봤을 때 자사 시장점유율이 타사 대비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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