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너인 이호진(50) 전 회장이 1,40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된데 이어 그룹의 실적부진까지 겹치면서 잇단 악재에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20일 서울고법 형사 3부(부장판사 최규홍)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횡령 부분 중 일부 금액이 공소시효 만료 후 제기됐다고 판단, 골프연습장을 저가로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도 금액을 특정하지 못한 점을 들어 1심에 비해 벌금을 감면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내년 2월 말까지 구속집행정지를 연기하고 보석허가 결정을 유지했다.

이 회장을 둘러싼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故)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둘째 딸이자 이 전 회장의 누나인 이재훈 씨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동생인 이 전 회장을 상대로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장에 따르면 재훈 씨는 아버지의 차명재산 존재를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뒤늦게 깨닫고 침해된 자신의 상속 권리를 되찾기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임용 창업주의 차명 주식과 무기명 채권을 이 전 회장이 나홀로 상속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누나 이씨가 이 전 회장에게 청구한 금액은 78억6,000여만원과 태광그룹 계열사(태광산업 보통주 10주, 대한화섬 10주, 흥국생명 10주, 태광관광개발 1주, 고려저축은행 1주, 서한물산 1주 등)의 주식 일부다.

1~10주에 불과한 주식은 사실상 '상징적인' 의미로 향후 선대 회장이 물려준 차명재산이 드러나는 대로 소송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청구금액 78억6,000여만원은 이 전 회장이 재훈 씨 명의로 빌린 69억원과 재훈 씨가 2년간 대납한 대출이자 7억여원이 합산된 금액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사정당국의 칼날이 자신에게 정조준 되자 구속을 피하기 위한 일시방편으로 재훈 씨에게서 100억원을 빌려 횡령한 회삿돈 일부를 갚았다.

이 전 회장은 이중 31억3,000만원만 변제하고 나머지는 채무로 남겨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재훈 씨가 69억원에 대출이자 7억원을 합쳐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정경유착 로비 의혹'이라는 먹구름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2007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3년간 태광산업 사외이사를 지냈던 전성철 변호사는 태광그룹이 3,000억원대 비자금을 동원해 방송ㆍ금융 관련 부처 등 정관계에 금품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한데 이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 전 이뤄진 주식 거래와 관련 정보공개 요청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금융당국과의 로비 의혹이 규명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오너 리스크'는 그룹 실적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18일 재벌 및 기업의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CEO스코어는 오너가 구속수감 됐거나 검찰조사를 받는 등 소위 ‘법난’을 겪고 있는 그룹의 영업이익을 조사한 결과, 태광그룹이 SK・한화・LIG 등과 비교해 가장 큰 낙폭을 겪었다고 발표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태광 내 흥국화재해상보험과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3개 계열상장사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4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3,397억원에 비해 무려 89.8%나 감소했다.

최근 일련의 악재와 관련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생각보다 그룹 관련된 소송이 많지 않다"면서 "남매간 소송에 대해서는 회사가 아는 바도 없고 회사와 무관한 일"이라며 이 회장 남매간 소송에 대해 선을 그었다.

회사 측 관계자는 또, 전 변호사가 제기한 금품로비 의혹과 관련, 최근 법원이 정보공개 요청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는 "해당 의혹은 이미 검찰에서 2010년 10월부터 2월까지 4개월간 모든 기록을 다 들춰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내용"이라면서 "문제가 있었다면 1심 법원 판결에서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이 있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