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직후 진행된 문재인 정부 규탄 피켓팅을 끝낸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직후 진행된 문재인 정부 규탄 피켓팅을 끝낸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제외한 야3당이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은 추후 정의당을 설득해 야4당을 중심으로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수용을 요구했다. 정의당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포함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20일부터 국회 보이콧에 돌입한 상태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를 수용한다면 실시시기를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제안까지 했는데 민주당은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막아 국회를 파행시킨 집권여당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회 일정 어떤 것도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후에 만나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야당의 요구사항을 청취한 뒤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적절한 대답을 내놓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으로서는 근거 없는 국정조사를 수용하면 앞으로 걸핏하면 국정조사하자고 해서 국회 운영도 제대로 될 수 없고 국정의 큰 걸림돌이 될 텐데 그런 전례를 남겨서야 되겠느냐는 의견이 많다"며 "야4당이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요구하니까 (일단) 우리당 내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유치원 국정조사'까지… 멈춰선 국회 어쩌나

문제는 한국당이 주장하고 있는 '유치원 비리' 국정조사다.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때 유치원의 회계 비리를 막는 유아교육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는데 해당 절차가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됐다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이날 '고용세습·사립유치원 국정조사 수용하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으로 시위를 하기도 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바라는 사안"이라며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와 더불어 사립유치원과 교육부, 시·도교육청에 대한 국정조사를 함께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일부 유치원의 비리와 일탈을 침소봉대해서 유치원 전체를 비리와 적폐 집단으로 매도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한 한국당의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당 소속 일부 의원이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를 옹호하는 취지의 토론회를 주최하고 '유치원 3법' 외에 독자적인 법안을 발의해 교육위원회 내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위 소속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의 밑도 끝도 없는 의혹제기와 생떼가 가관이다. 어젠 교육부 당국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가 유치원 회계시스템을 중단시켜 비리를 방치했다고 한다. 이것은 국정조사를 핑계로 유치원 3법 통과를 지연시키기 위한 노골적인 거짓말"이라고 질타했다.

야당과의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한국당의 '사립유치원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부정적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요구사항이 4가지다. 인사관련 대통령의 사과, 인사 실무를 담당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 고용세습과 취업비리 국정조사, 그리고 어제 아침에 한국당이 갑자기 새로운 요구를 내걸었다"고 "유치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에 대해 정말 의견을 좀 좁혀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지금까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저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야당이 주장하는 요구들이 과연 이렇게 중요한 정기국회 예산안과 법을 모두 중단시키면서 관철시킬만한 내용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보이콧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주요 법안 심사가 모두 중단됐다. 당장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법안소위를 열고 이른바 '윤창호법'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두 야당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조정소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파행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기존에 요구했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국정조사 요구가 수용되면 국회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정조사에 대한 민주당 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은 지난달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 완료했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수용할 경우 민주당 없이도 국정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