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노동조합원들의 모습. /뉴시스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노동조합원들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가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 제 51조에 명시된 탄력근로의 최대 단위는 3개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11월 한 달 동안에만 이 단위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된 상태며, 6개월을 주장하는 의안도 있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탄력근로제 확대 자체에 반대하며 21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 비정규직 보호법, 정규직 고용 늘린 대신 전체 고용은 줄여

한국경제연구원(KDI)은 19일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기업의 고용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결과다. 해당 법률은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자로 간주하고, 파견직 근로자 역시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직접 고용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네 번의 사업체패널조사(2005·2007·2009·2011년) 자료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보호법이 기업 고용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 보호법은 기업의 정규직 고용을 증가시켰으나 전체 고용수준은 낮춘 것으로 평가됐다. KDI는 “기간제·파견 근로자 비중이 10%p 높았던 기업은 전체 고용규모가 3.2% 감소하고 정규직 고용규모는 11.5%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내에서도 고용형태별로 차이가 있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보호받는 기간제·파견 근로자 고용은 감소했다. 반면 사용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 용역·도급 근로자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고용·해고가 보다 자유로운 직종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풍선효과’를 낳았다는 것을 뜻한다. KDI는 이에 대해 “법적 규제만으론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다.

◇ 근로조건 유연화가 비정규직의 정규화에 기여

그렇다면 어떤 기업들이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까. KDI가 50인 이상 사업체 1,000곳의 최고경영자·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규모가 크고 근로조건 변경이 어려운 기업일수록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의 경기 민감도와 업무의 복잡성, 노조의 유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정규직 확대를 위해 기업규모를 바꿀 수는 없으니 남은 것은 근로조건체계 개편이라는 선택지다. KDI는 “전통적인 노동유연성의 개념을 고용에서 임금·근로시간 등의 근로조건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정부는 근로시간의 단축과 유연화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데, 후자에 속하는 탄력근로제 확대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은 2주일이며,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의 합의를 통해 3개월로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기준이 지나치게 경직적이며, 특히 계절성·시기성이 짙은 업종의 경우 3개월 한도로는 정상적인 사업 활동이 힘들다는 것이 경영계의 주장이다. 한 예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3일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현행 탄력근로제의 문제점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아서’ 응답이 46.7%로 ‘활용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13.3%)를 압도했다.

반면 노동계는 과도한 연장근로가 합법화된다는 점, 그리고 탄력근로제 하에선 가산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단위기간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근로자들이 기존 가산수당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을 안전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 탄력근로제 관련 법조항인 근로기준법 제 51조는 ‘사용자는 기존 임금수준이 낮아지지 않도록 임금보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탄력근로제 하에서 적용될 새 근로시간제한 기준을 만드는 일인데, 어떻게 바뀌든 현행 52시간보다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일자리를 갖고 있던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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