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9 16:16
등 돌린 노동계 바라보는 ‘친노동’ 정부 복잡한 속내
등 돌린 노동계 바라보는 ‘친노동’ 정부 복잡한 속내
  • 은진 기자
  • 승인 2018.11.21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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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노조 할 권리! 사회대개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 대회가 열린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김명환(왼쪽 두번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적폐청산! 노조 할 권리! 사회대개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 대회가 열린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김명환(왼쪽 두번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철회를 요구하며 21일 전면 총파업을 벌였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을 하루 앞두고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독려했지만, 한국노총도 탄력근로제 확대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정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자동차(한국GM) 노조 출신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힌다”며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강제노동 금지 등 4가지 협약에 대한 국회비준도 경사노위에서 합의를 이룬다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노동계도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해서 의견을 개진해주시길 바란다”고 노동계를 달랬다.

일단 정부는 22일 출범하는 경사노위를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방침에 대한 노사 타협안을 도출해내겠다는 계획이다.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 3당이 연내 노동법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대노총 모두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고 있고 민노총이 빠진 상황에서 경사노위가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노총은 이날 총파업대회에서 “상반기 정부와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 개악하고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 선언을 했다”며 “지체되고 있는 노동적폐 청산 과제, 후퇴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 파기되고 있는 노동공약, 강행되고 있는 노동법 개악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총파업 총력투쟁을 결의했다”고 했다.

탄력근로제는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다. 주 52시간 근로 단위기간을 ‘한 주’가 아닌 분기, 반기 혹은 1년 단위로 하자는 것이다. 현행 3개월은 너무 짧기 때문에 성수기가 있는 계절산업이나 제조업의 R&D(연구개발)시기 집중근로 등에 적용하기 어려워 독일, 일본 등처럼 6개월~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요구다.

다만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와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민노총은 “소득주도성장이 표류하고 문재인정부의 개혁에 빨간불이 켜진 지금, 이 빈틈을 다시 재벌과 적폐관료들의 동맹이 메우려 한다”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동시간 단축을 없던 일로 돌리려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환(왼쪽)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주영(왼쪽 두번째) 한국노총 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환(왼쪽)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주영(왼쪽 두번째) 한국노총 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 ‘친노동’ 내건 文정부, 고용상황 악화하자 ‘선회’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만 해도 노동계와 정부의 관계는 긴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했고 박근혜 정부의 양대지침도 폐기했다. 지난 1월에는 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단독 회동도 가졌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난 2월부터 취업자 증가폭이 추락하는 등 고용지표가 나빠지자 정부는 민간기업 주도의 경제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하고, 홍 원내대표가 “사회적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개악이라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정부여당은 일단 경사노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반적으로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건 좋지 않다”며 “제가 보기에 우리 경제는 기본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들어왔지만, 안정된 측면도 있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요소를 함께 보면서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22일에 경사노위가 발족 하는데 민노총은 참여 안 하지만 한노총이 참여해서 서로 간 대화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대화 창구가 모처럼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정작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의원들마다 탄력근로제 확대와 이를 추진하는 정부의 태도 등에 대해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한노총이 주최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규탄 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정부의 노동정책 강행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노총 출신인 이수진 노동부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사회는 아직도 상생보다는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한다. 기업들은 노조를 장애물로 여기고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무노조 경영을 자랑처럼 얘기한다. 언론과 기득권은 사회문제를 지적하기보다 강성노조를 탓하기에 급급하다”며 “노동자들은 문 대통령이 과거 부산에서 여성 공장노동자들을 위해 거리와 법정에서 오랜 기간 노동운동하셨다는 것을 안다. 공약도 진심이라고 믿는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기회가 마련될지 알 수 없다. 일하는 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