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에 대해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시사위크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를 촉구하는 광화문 집회에 등장한 소녀상. /시사위크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제적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일본 외무성은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묶어 외교적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3년 전 한일 합의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며 “일본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해왔고, 한국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대응을 하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정치적·외교적 쟁점화 대신 철저하게 실무적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의 잘못은 원칙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맺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 역시 국가 간 ‘합의’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합의파기 여부를 다투기보다 ‘피해자 위로와 사죄가 우선’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가져가려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2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중요하고 심각한 상황인데 단지 중간에 약간 삐끗한 것을 우리 스스로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중심에 서서 더 이상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세계 평화를 구축하는 미래지향적인 입장들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이냐에 우리가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해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은 앞서 21일 여성가족부 직권으로 해산됐다. 민법에 따라 청산인 선임 등의 법인 해산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재단에는 치유 명목으로 집행된 44억 원을 제외한 57억8,000만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정부는 남은 금액으로 치유 및 기념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대신 103억원의 기금을 따로 편성해 일본정부에 반환하기로 했다. 물론 일본 정부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해산 결정과 반환준비를 완료하는 것의 의미는 작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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