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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마동석은 오늘도 진화 중
2018. 11. 2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마동석의 다음 행보는 영화 ‘성난황소’(감독 김민호)다. /쇼박스 제공
마동석의 다음 행보는 영화 ‘성난황소’(감독 김민호)다. /쇼박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를 빼고는 삶이 없다.”

충무로 대표 ‘소배우’(소처럼 일하는 배우) 마동석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매해 다수의 작품을 선보이며 ‘열일’을 이어가고 있는 마동석은 영화를 빼고는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런 마동석의 올해 다섯 번째 행보는 영화 ‘성난황소’(감독 김민호)다. 그가 가장 잘 하고, 대중들이 그에게 가장 기대하는 ‘액션’ 영화다. 일각에서는 ‘또 액션?’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성난황소’는 액션의 끝판왕이 담겼다. 그리고 ‘배우’ 마동석도 진화했다.

‘성난황소’는 한번 성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동철(마동석 분)이 납치된 아내 지수(송지효 분)를 구하기 위해 무한 돌진하는 액션 영화다. 마동석은 ‘성난황소’에서 잠자던 본능이 깨어난 성난 황소 동철로 분한다. 아내 지수를 만나 거칠었던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마주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만, 지수가 납치되고 아내를 구하기 위해 본능이 깨어나는 인물이다.

‘성난황소’는 올해 마동석이 선보이는 다섯 번째 영화다. 연이어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개봉한 탓에 ‘이미지 과소비’라는 지적도 받고 있는 마동석이지만 ‘성난황소’에서 그는 진화된 모습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맨주먹 액션은 물론, 아내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순애보로 여심을 흔드는 매력까지 ‘끝판왕’ 매력을 발산한다.

스크린 밖에서 만난 마동석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성난황소’ 속 동철 그 자체였다. 험상궂은 외모의 소유자지만, 기자를 매료시키는 데는 미소 한 방이면 충분했다. 진중하고 솔직한 그의 대답 하나하나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된 카페 입구에 서서 “안녕하세요, 마동석입니다”라며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는 마동석의 모습만 봐도 그러했다.

마동석의 성난 ‘등’이 담긴 ‘성난황소’ 포스터/쇼박스 제공
마동석의 성난 ‘등’이 담긴 ‘성난황소’ 포스터/쇼박스 제공

-‘성난황소’ 제목 그대로 황소 같은 모습이었다.
“(김민호) 감독이 내 등을 좋아했다. 초반에는 등 모습이 같은 걸음걸이라도 경쾌하고, 후반부에는 불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정으로 그렇게 되니 저절로 그렇게 보인 것 같다. 성난 황소처럼 보여야 하는 압박을 갖고 한 건 아닌데, 성난 황소처럼 뚫고 지나가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싸우는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을 하려고 했다.”

-‘성난황소’ 동철은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약한 캐릭터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캐릭터들과 비슷한 설정이었지만, ‘성난황소’에는 동철의 분노 게이지가 점차 쌓여가는 과정이 담겨있어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김민호) 감독이 원했던 부분이다. 초반에는 일반 직업을 갖고 있는 소시민처럼 보이다가, 아내가 납치되고 난 후에 경찰한테 호소하면서 애탄 모습을 보여주다가 이게 다 안 되는구나 싶었을 때는 대사를 다 없애버리자고 했었다. 말로 하는 시간에 빨리 구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었고, 표출하는 것보다 구할 때까지 참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런 감정선을 두고 연기하려고 했다.”

-‘성난황소’ 동철 캐릭터가 마동석과 많이 닮아있는 듯했다. 실제 본인의 모습이 반영된 부분이 있나.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줄 때 거의 대부분 마동석화 된 캐릭터를 만들어서 준다. 다 같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고 내 안에 조금씩 있는 것 같다. 훌륭한 배우들은 자기가 아닌 사람도 굉장히 잘 표현한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훌륭한 배우가 아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당연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마동석에 맞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액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거구를 들어 올려서 천장을 긁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 촬영은 어땠나.
“박광제 배우다. 친한 후배고 좋아하는 동생이다. 프로농구 출신이고 키가 2m에 체중이 130kg다. 무겁더라. 그 장면이 지붕이 낮아서 장치를 쓸 수가 없었다. 한 번 NG가 나면 공사를 다 해야 했다. 4~5시간 찍은 것 같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상대를 들어 올려서 천정을 뚫고 앞으로 가야하는데, 나만 가고 그 친구(박광제)는 안 오더라.

‘성난 황소’는 와이프를 찾아야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뚫고 나가는 콘셉트가 있었다. 천정도 뚫고, 문도 뚫었다. 화려한 발차기도 나온다. 예전에 비해 화려한 발차기는 많이 없어졌는데, 우리 영화는 오락 액션 영화니까 그런 부분도 조금 들어갔다. 앵글도 바꾸면서 다양하게 담아내려고 했다. 액션팀, 미술팀, 스태프들이 모두 고생해서 볼만한 액션이 나온 것 같다.”

마동석이 액션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쇼박스 제공
마동석이 액션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쇼박스 제공

-다른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 점도 엿보였다.
“맞다. 액션은 예산을 많이 들여서 CG를 활용한다거나 비행기를 운전하거나 하면 굉장히 새로운 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다. 그래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매번 다른 액션을 하려는 욕심보다 액션도 좋은 그릇이 있어야 재밌어 보이기 때문에 영화 자체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새로운 것도 만들어내야 하지만 그것을 끌고 나가는 캐릭터나 스토리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 배우로 일하면서 올해 유독 배급 문제 때문에 작품들이 몰리긴 했는데 사실 더 몰린 적도 있다. 2013년도에 9편이 개봉했다. 그때는 장르가 다르고 악역을 많이 해서 기시감이 덜 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몇 년 전에 찍었던 것들 중에 유독 액션들이 연이어 개봉하게 돼서 안타깝다. 그래서 새로운 점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한다. 액션 자체도 진화해야 하고, 시나리오도 다른 액션물을 선보이려고 하고 있다.”

-액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나이가 50이 다 됐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역할은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지금 아니면 못하는 것들을 하고 싶은 것도 있다. 그렇게 오래는 액션은 못 할 것 같다. 액션 영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한 것도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
“나는 못 느끼겠다. 19살 때 얼굴이 지금과 똑같다. 그런데 그런 건 있는 것 같다. 회복 속도가 느리다. 예전에는 액션하고 나서 다음날 바로 벌떡 일어났는데, 지금은 ‘아이고아이고’ 소리가 나온다.”

마동석이 다작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쇼박스 제공
마동석이 다작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쇼박스 제공

-영화 기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획을 하기 시작한 것은 예를 들어 ‘범죄도시’ 형사 같은 역할이 기회가 많이 오지 않았다. 마침 아는 지인 형사가 한 이야기를 했고, 그 스토리의 베이스에 내 캐릭터가 들어가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과 얘기를 하다가 시작이 된 거다. 기획은 연기나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으니까 조금 더 영화 전체를 보고 참여를 하고 힘을 키우기 위해서 예전부터 했던 건데 도움이 많이 된다. 부족하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얹어가야겠다. 하하.”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했는데, ‘다작’을 하는 이유가 힘들 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사람과의 관계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편인가.
“맞다. 약속을 했는데, 영화 잘 됐다고 안 할 수 없지 않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나한테 중요한 사람들이다. 거의 영화를 못 찍겠다 싶었을 때 곁에서 응원해주고 찾아와준 사람들이다. 내가 그 사람들보다 영화 쪽에서 이름이 알려졌을 때 내 힘으로 도와주면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게 됐다. 더 좋은 배우와 더 좋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10년을 넘게 기다린 분들이다. 이제는 뭔가 해야 할 때였고, 그렇지 않으면 영화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어서 그 타이밍이 오기 전에 해야 할 것 같았다. 이제 약속한 작품들은 다 끝났다.(웃음)”

-영화를 뺀 마동석의 삶은 어떤가.
“영화를 빼고는 삶이 없다. 영화만 거의 한다. 다른 취미가 있거나 그렇지 않다. 쉬는 날은 운동하고 시나리오 보거나 영화 보는 게 끝이다. 술도 안 먹는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게 별로 재밌는 게 없다. 영화하는 게 제일 즐거운 것 같다. 지금은 마라톤처럼 오래 뛰는 중에 한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구간을 지나면 속도를 낼 수도 있고, 쉬었다 갈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거다. 지금은 발전할 부분을 보여드리려면 작품으로 보여드려야 할 것 같고 해소시킬 부분도 작품으로 해소시켜야 할 것 같다.”

-마동석에게 연기란?
“연기는 잡힐 듯 잡힐 듯 잘 안 잡힌다. 어렵다. 내가 계속 노력하는 것은 각각의 장르와 캐릭터에 맞게 하는 거다. 연기를 장기자랑처럼 표출하고 싶지 않다. 영화에 그저 잘 녹았으면 좋겠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감독이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제일 맞는다고 생각한다. 액션 영화 찍을 때 감독이 ‘마동석’으로 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지금 이 구간이 지나고 다음 구간을 뛰다보면, 다른 모습들도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