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국 BGF리테일 부사장이 경영 자질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홍정국 BGF리테일 부사장이 경영 자질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BGF리테일 부사장의 경영 자질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승진과 함께 경영 전면에 등장했지만 지난 1년간 성과 부분에 있어서는 물음표가 찍히고 있어서다. 특히 그의 주도 아래 야심차게 추진된 해외사업이 예상치 못하게 어그러지면서 그는 체면을 단단히 구긴 상태다.

◇ 야심찬 해외사업 삐긋… 첫 진출지 이란서 손실만 보고 철수

BGF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맞이한 지 1년째를 맞았다. BGF그룹은 지난해 11월 편의점업체인 BGF리테일을 지주회사인 BGF와 사업회사 BGF리테일로 인적분할하며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지주사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BGF그룹은 이에 맞춰 2세경영에도 본격적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지난 10월 오너 2세인 홍정국 부사장의 승진 인사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인 신호탄이었다.

홍 부사장은 당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주사인 BGF의 전략부문장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경영지원부문장을 겸임하는 중책이 맡겨졌다. BGF의 전략부문은 BGF리테일의 해외사업과 신사업을 발굴하는 부서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모색해왔던 홍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인사로 평가됐다.

그는 그간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CU의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7월 이란 가전기업 유통회사인 엔텍합 내 신설법인 ‘이데 엔텍합’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해 시장 진출을 물꼬를 텄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이란 테헤란에 CU 해외 1호 매장인 ‘써데기예(Sadeghiye)’점을 오픈했다. 당시 홍 부사장은 “성공적으로 이란 시장에 안착한 후 신흥 시장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 할 것”이라는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 4월에는 몽골 시장까지 진출하며 순항을 거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야심찬 포부는 해외에 진출한지 1년만에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BGF리테일은 이달 초 엔텍합 투자그룹과 체결했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전격 취소했다고 밝혔다. 엔텍합 측이 가맹금을 보내지 않는 등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파트너사인 엔텍합은 2020년까지 CU 매장을 1,000여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근 미국의 대 이란제재가 재개되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첫 해 가맹금 300만 유로(46억원)만 BGF리테일에 지급한 후 가맹금을 보내지 않았다. 결국 BGF리테일은 엔텍합으로부터 받아야 할 46억원의 채권(가맹금)은 대손상각 처리했다. BGF리테일은 손실만 본 채 이란 현지 내 매장 9곳을 모두 철수해야 했다.

◇  막 오르는 형제 간 후계경쟁… 미래먹거리 경영성과 놓고 격돌

이로 인해 사업을 주도했던 홍 부사장 역시 체면을 단단히 구기게 됐다. 당분간 두번째 해외진출 지역인 몽골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해외사업이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거덕 거리게 됐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내 편의점 브랜드 씨유(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이란 기업과 손잡고 수도 테헤란에 1호점을 냈던 모습./CU
국내 편의점 브랜드 씨유(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이란 기업과 손잡고 수도 테헤란에 냈던 1호점 모습./CU

이는 후계 자질을 평가받아야 하는 홍 부사장의 어깨를무겁게 할 전망이다. 2013년 BGF리테일에 입사한 홍 부사장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왔다. 1982년생인 그는 입사한지 4년4개월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중책이 맡겨지면서 경영능력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높아졌다. 해외 시장 성과가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성과는 첫발부터 스텝이 꼬인 모양새다. 몰론 아직은 해외 시장 진출 초기인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하는 부분도 있다. 다만 한 살 아래 동생인 홍정혁 상무도 본격적으로 경영 전선에 합류한 점을 고려하면 이래저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1983년생인 홍정혁 상무는 지난 6월 BGF 상무로 임명됐다. 입사하자마자 임원으로 임명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그는 신설된 ‘신사업개발실’의 실장을 맡아 BGF의 신규사업 개발과 확대를 모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재계에선 홍 상무의 가세로 형제간 후계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두 형제의 보유 지분이 아직은 미미한 상태라는 점에서 향후 후계구도는 더욱 주목되고 있다. 홍 부사장은 BGF 전체 지분의 0.82%, 홍정혁 상무는 0.03%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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