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희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파괴적 연대와 비판적 협치를 강조했다. 그것이 바로 자유한국당과 다른 점이다. 그는 바른미래당 중심의 야권 정계개편을 고민했다.  /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야권 재구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 바른미래당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이냐가 고민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계개편의 먹잇감”으로 “양쪽에서 물어뜯기고 있다”는 게 그가 진단한 바른미래당의 현황이다. 길을 찾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야권 재구성,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대표는 “우리에게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 존재하는 이유다.

바른미래당은 중도개혁의 민생정당을 기치로 내세웠다. 하태경 최고위원의 말처럼 ‘파괴적 연대’와 ‘비판적 협치’로 중도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좀 더 큰 꿈도 그렸다. 제1야당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곱씹었다. 그중 ‘차기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이 기호 2번을 달아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 메시지로 꼽았다. 바른미래당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이다. 인터뷰는 이날 토론회를 마친 뒤 국회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토론회에서 야권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파괴적 연대다. 한국당의 실제적 해체로 바른미래당 중심의 확장형 통합, 확장형 재편을 해야 한다. 주최한 제 입장에선 바른미래당이 먹잇감이 아니라 포식자가 되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데 큰 교훈을 얻었다. 목표는 차기 총선에서 기호 2번을 차지하는 것이다. 현재 의석수가 한국당이 112석, 바른미래당이 30석이다. 한국당에서 45명 정도 우리당으로 넘어오면 기호가 달라진다. 제1야당이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공격적인 전략을 써야 한다. 총선 전에 목표를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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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의 절반에 가까운 지지층이 극우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 그래서 한국당 복당파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것인가.
“다시 오면 환영한다. 우리당으로 올 수 있는 45명이 누구겠는가. 복당파와 수도권 의원들이다. 수도권 의원들은 차기 총선에서 한국당으로는 당선이 불가능하다.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극우로 치우친 한국당 보다는 중도에 있는 우리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하지 않겠는가. 결국 한국당은 영남 자민련이 될 것이다. 더 좁아지면 TK(대구·경북) 자민련이 될 수 있다.”

- 한국당의 실제적 해체가 가능할까.
“해체될 가능성이 많다. 토론회에서 공감대를 이룬 것 중 하나가 한국당의 혁신 실패다. 한국당이 조강특위(조직강화특별위원회) 등으로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지층의 구조상 점점 극우정당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20% 안팎의 지지율을 받고 있는데 이중 10%가 극우적 경향을 갖고 있다. 일체감을 가지고 똘똘 뭉쳐있는 지지층이다. 이 10%의 영향권 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사실상 한국당은 지금 일반적인 보수와 극우가 연합돼있는 정당아닌가. 극우를 제외한 보수는 자신이 살기위해서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고 할테고, 그게 우리당에선 기회가 된다. 우리 목표는 수도권과 PK(부산·경남)이다. 수도권은 내줄 수 없다. 실제 수도권에서 한국당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요즘은 부산도 안 통한다.”

- 지역구인 부산에서는 바른미래당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바른미래당이 어렵다는데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 지지와 기대는 간극이 있다. 우리당이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다. 차기 총선까지 시간이 충분하다. 1년 이상 시간을 두고 ‘기호 2번 달기’ 전략을 짜야할 때다. 일각에선 내년 봄을 말하는데 좀 더 여유 있게 준비해야 한다. 바른미래당이 기호 2번을 달고, 한국당이 기호 3번을 달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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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의 혁신 성공을 바랐다. 그래야 야권 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한국당의 혁신은 어렵다고 보는 건가.
“한국당에서 혁신에 성공하면 야권 재편에서 주도권을 가질 것이다. 우리당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당 당리당락으로만 보면 혁신이 안되는 게 좋다. (웃음) 하지만 야권 전체가 건강해지고, 대한민국 전체가 좋아지려면 혁신을 해야 한다. 단정은 짓지 않겠다. 잘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오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당 혁신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더라. 결론은 세 가지다. 한국당은 답이 없다. 바른미래당도 답이 없다. 야권에 미래가 없다.”

- 절망적이다.
“이 시점에서 진단은 그렇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바른미래당 중심의 야권 재편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 이전까지 알고 있었던 통합이나 연대의 모습은 아닌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쉬운 것은 합당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합당은 어렵다. 지금 한국당이 굉장히 극우화돼있다. 보수대통합이나 반문연대는 덮어놓고 합치자는 게 아닌가. 이것은 국민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다고 해서 반문표가 몰리지 않는다. 국민들도 어떤 사람이 반대하는지 보고 있다.”

- 반문연대는 부정적인가.
“경제를 살리는 목적에 극우를 배제한 반문연대는 좋다고 본다. 반문연대 안에서도 극우를 배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른바 ‘반문반극우연대’ 추진을 주장한 이유다.”

- 진의와 달리 보수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고 재선까지 성공했는데 한국당을 공격하는 게 미움을 샀다.
“새누리당 정신이 지금 한국당에 없다. 제가 새누리당에 입당할 때만 해도 친박은 개혁적이고 중도적이었다. 지금은 국민들 머릿속에 사라졌지만 당시 친박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주장했다. 당 색깔을 빨간색으로 바꾸고, 필리핀 출신 여성이나 20대 청년들을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그 정신은 지금 한국당에 없다. 오히려 그 개혁정신은 제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에서부터 창당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적통은 우리당에 와 있는 유승민 전 대표라고 본다. 과거 새누리당의 개혁적인 모습을 보고 지지했던 분들은 그 점을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지금 친박은 오로지 문재인 정권 때려잡기밖에 없다. 자신들의 비전으로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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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최고위원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자유한국당과의 정책 공조 가능성을 열어두되 외교와 안보 부분은 협치를 강조했다.

- 그래서 바른미래당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안보는 협치, 경제는 견제다. 경제 부분은 워낙 문재인 정부에서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당이나 우리당이나 큰 차이가 없다. 정책 공조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국당과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북관계, 비핵화문제에 대해선 시각의 차이가 분명하다. 한국당 다수의 목소리가 협상을 통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당은 일단 노력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입장이다. 물론 비판도 있다. 속도가 빠르니 천천히 가라는 식이다.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 비판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외교와 안보 부분은 비판적 협치다.”

- 바른미래당의 불분명한 정체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분명하다는 것은 공산당처럼 왜 색깔이 하나가 아니냐는 질문이다. 바른미래당이 어차피 없어질 정당이라고 보고 자꾸 불분명하다며 공격을 하고 있는데, 우리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협상을 통한 비핵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지지한다. 한두 사람 정도가 여기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해서, 우리당이 공산당이 되면 좋겠는가.”
 
-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 부족을 지적하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당을 흔드는 것으로 보는가.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은 화합형·소통형이다. 최고위원이나 의원들과 긴밀하게 대화하고 소통한다. 실제 의원들끼리 유대관계가 굉장히 좋아졌다. 누구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돌파력, 존재감이 아쉽지만 만약 저와 같은 사람이 대표가 됐다고 생각해봐라. 만날 이슈를 만들어내니 시끄럽고 존재감이 있을 것이다. (웃음) 하지만 당내 화합의 문제가 있고, 독선이 강하다면서 똑같은 비판이 나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만이라도 잘하는 게 어디냐’, 저는 이렇게 평가를 한다. 적어도 우리당 최고위원들끼리는 싸우지 않는다. 지도부 아닌 일반 의원이 문제제기하고 불협화음을 보여도 지도부의 내분 가능성은 제로다. 당의 위기는 지도부에서 내분이 일어날 때 온다.”

- 당의 사정은 어렵지만 위기는 아니라는 말인가.
“위기는 아니다. 지금 우리 지도부가 붕괴될 가능성은 없다. 한두 사람이 탈당한다고 해서 다 위기는 아니지 않는가.”

- 유승민·안철수 전 대표의 역할과 책임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두 사람의 과제다. 심사숙고하지 않겠는가. 유승민 전 대표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처럼 정계은퇴 비슷하게 말해놓고 만날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하면 좋겠는가. (웃음) 안철수 전 대표가 성찰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해외로 떠났는데 홍준표 전 대표가 미국에 있을 때처럼 페이스북을 끊었다더니 다시 또 하는 그런 모습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지자들은 두 사람이 충분히 시간을 갖고 무르익은 다음에,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준비가 된 다음에 나오길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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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최고위원은 당의 어려운 사정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차기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이 기호 2번을 달면 야권의 지형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언주 의원이 말하는 ‘신보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는 것은 좋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지금 부산 영도 지역구로 옮기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그래서 이언주 의원한테 한 가지 권고하고 싶은 것은 영도 불출마 선언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도 신보수와 그 내용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바른미래당에서 자기 노선을 주류 노선으로 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이라면 진정성을 인정받지 않겠는가. 저도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를 우리당의 대표노선으로 만들기 위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게 아닌가. 2등을 해서 아직 안됐다. (웃음) 그럼에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도 우리당을 이언주 스타일에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본인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바른미래당의 역할과 비전을 다시 한 번 말해 달라.
“한국당은 ‘묻지마 반대’를 하고 있다. 이를 구안보라고 했을 때, 우리당은 비판적 협치를 추구하는 신안보다. 하지만 경제는 무능한 정책을 막는 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당과 공조가 불가피하다. 차기 총선 전까지 바른미래당이 제1야당으로 기호 2번을 달게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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