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찰에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 소유주로 부인 김혜경 씨를 지목하자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특혜취업 의혹 검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혜경궁 김씨가 트위터에 올린 의혹 제기가 고발인의 주장대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 법률적으로 따져보자는 게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찰에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 소유주로 부인 김혜경 씨를 지목하자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특혜취업 의혹 검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혜경궁 김씨가 트위터에 올린 의혹 제기가 고발인의 주장대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 법률적으로 따져보자는 게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털어놓은 불만이다. 불만의 대상은 같은 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경찰에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08__hkkim)’ 소유주로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를 지목했을 때만 해도 신중론에 무게를 뒀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특혜취업 의혹 검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선 참기 어려웠다.

홍영표 원내대표에 따르면, 준용 씨의 특혜취업 의혹은 보수정권 당시 집권당에서 ‘우려먹은 소재’이자 법원에서도 ‘무혐의’ 판결이 난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지냈던 그는 “대선에 악용하기 위해 집권당이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사건을 왜 다시 끄집어내 이슈화시키느냐는 게 불만의 요지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프레임 만들기로 해석했다. 사실상 계파 갈등이다. 친문 세력이 비문인 이재명 지사를 정치탄압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는 얘기다.

◇ 볼모 된 문준용… “변호인으로서는 확인할 수밖에”

이재명 지사는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은 이간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친문 진영에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지사는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은 이간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친문 진영에선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 뉴시스

야권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준용 씨의 특혜취업 의혹을 줄곧 제기해온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면서 이는 반문 선언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반문 선언은 이재명 지사의 승부수가 아니냐는 의문을 낳았다. 이재명 지사가 자신을 둘러싼 검경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생각하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세력에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는 일종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의 위기에서 준용 씨는 볼모가 된 형국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지사 측은 ‘확대해석’으로 선을 그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변호인 의견서를 낸 다음날 내용 일부가 유출돼 준용 씨의 특혜취업 의혹만 보도됐다”면서 “변호인으로서는 의혹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전제는 의혹이 허위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준용 씨를 언급한 것은 ‘혜경궁 김씨’가 트위터에 올린 준용 씨의 특혜취업 의혹 관련 글이 고발인의 주장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되려면 의혹의 실체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변호인으로서는 부인이 계정주가 아니며, 특혜의혹 글을 쓰지 않았음을 밝히는 동시에 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법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면서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선 먼저 특혜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했을 땐 의혹이 사실이어야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씨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김용 대변인이 “고발인 측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명 지사는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은 이간계”라고 생각했다. 부인 김씨를 향한 “비정상적 공격에는 ‘필연적으로 특혜채용 의혹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 때문에 “이유막론하고 억울한 의혹제기의 피해자인 준용 씨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친문 진영의 반발은 거셌다. 당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재명 지사가 선을 넘었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일단 당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 이후 이재명 지사의 징계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나, 자진 탈당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정작 당사자는 완강한 거부다. 이재명 지사는 ‘죽으나 사나 민주당원’을 고집하고 있다. 그는 “탈당하는 일도, 문재인 정부에 누가 되는 일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공은 다시 당 지도부에게 넘겨졌다.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다음달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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