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의회에서 러시아의 적대행위에 대한 맞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6일(현지시각) 일부 접경지역에서 계엄령을 발동하기로 의결했다. /뉴시스‧AP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의회에서 러시아의 적대행위에 대한 맞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6일(현지시각) 일부 접경지역에서 계엄령을 발동하기로 의결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이 다시 군사 대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CNN은 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의회가 러시아 접경지역에 계엄령을 발동한다는 대통령의 요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계엄령은 11월 28일부터 30일 동안 발령된다.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계엄령이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지역에서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함 3척을 나포하고 민간 선박 24척을 구금한  25일(현지시각)의 사건이 계엄령의 원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군함이 우크라이나 선박을 들이박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으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승무원 6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군함 나포 사건이 일어난 케르치 해협은 우크라이나의 마리우폴 항구로 들어온 배가 흑해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군사 대립을 벌이고 있는 크림 반도와도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림 반도를 강제로 합병했으며, 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1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독립파 세력을 후원하고 있다.

서구권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중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나토‧우크라이나 긴급회의를 가진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게 직접적으로 무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또한 자신이 포로센코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을 지키기 위해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등 유럽 정상들도 잇따라 러시아에게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미국은 러시아의 공격적인 행동을 비난한다. 우크라이나 선박과 승무원들을 반환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할 것을 러시아에게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느 때처럼 러시아에 대한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여 도마에 올랐다. 평소 러시아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좋지 않다”고만 입장을 밝혔을 뿐 직접적인 비판은 피했다. CNN은 26일(현지시각) 논평을 통해 “트럼프의 침묵이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며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26일(현지시각) 이번 사태를 ‘우크라이나의 위험한 도발’이라고 부르며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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