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나라예산 글자판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뉴시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나라예산 글자판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현안마다 야당의 공세에 부딪치면서 좀처럼 국정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는 멈춰 섰고 ‘범여권’ 성향을 띤 민주평화당·정의당은 선거제도 문제로 등을 돌렸다. 여기에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을 거론하면서 여권 내부 균열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예산안 처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4조원 가량의 세입 오차가 일어난 것을 문제 삼으며 정부가 자체적으로 세출 감액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조정소위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일단 심사를 계속 해가면서 세수 감소분을 확정하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며 예산심사를 멈춰 세운 상황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세수 결손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심사를 마치면 그 빚을 지지 않기 위해서 다시 심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비효율적이다. 현재 (예산안 심사가) 60% 진행됐고 40% 남았는데 불요불급이 인정되는 부분은 국가에서 스스로 삭감을 하고 세출을 이렇게 줄이겠다고 해야 국회에서 더 불필요한 게 뭔지 심사를 한다. 국회 심의 과정을 보고 (대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따졌다.

민주당은 여야가 예산안 심사를 지속해나가면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조정식 의원은 “세수결손이라기보다는 세수변동, 세수 재분배 과정인데 우선 소소위원회에서 심의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 감액을 일단락 짓고 추가 증·감액은 전체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세수결손 대책만) 따로 가져와서 보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문제에 대한 여야의 시각이 전혀 달라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며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여당의 손을 들어줬던 평화당·정의당과의 ‘개혁입법연대’도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도 개편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평화당·정의당 등 연동형 비례제를 찬성하는 정당의 공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들 야3당은 예산안 심사와 연동형 비례제를 연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원내1·2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제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압박이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사의식이 없는 당이다. 이 정부를 탄생시켜준 국민의 뜻을 망각한 것이고 국민이 용서하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을 몰아세웠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은 2015년부터 일관되게 선거제도가 개혁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얘길 해왔는데 얼마 전에 기존의 의견을 번복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제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오는 28일 국회에서 ‘기득권 양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 촉구 대회’를 개최하고 민주당과 한국당을 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민주당 내부 상황이 좋지만은 않은 것도 집권여당의 위상을 축소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이 지사가 자신의 배우자 김혜경 씨를 둘러싼 ‘혜경궁 김씨’ 사건을 놓고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거론하자 야권에서는 여권 내부분열의 ‘신호’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지사 문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던 민주당 지도부도 “지금 이 시점에 그런(문준용씨) 문제제기를 했다면 정말 그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홍영표 원내대표)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아들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반문(반문재인) 야당선언이다. 탈당할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라며 “아들 문제는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건데, 여당으로서는 감히 꺼낼 수가 없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집권여당이고 대통령께서도 진보 세력의 분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재명 지사가 결단을 해야 된다”며 “대통령께서는 정리를 하셔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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