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지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인해 올해 적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 한국제지
한국제지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인해 올해 적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 한국제지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제지에 켜진 적색신호가 좀처럼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올해는 적자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솔제지 및 무림P&P와는 다르게 인쇄용지에 주력하고 있는 탓에 원자재인 펄프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 펄프값에 우는 한국제지 한솔‧무림 ‘남의 일’

한국제지의 적자 행진이 하반기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3분기 2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올해 누적 영업적자가 78억원이 쌓였다. 현재 3개 분기 동안 누적된 당기순손실은 107억원에 이른다. 남은 4분기에 이를 만회할 만한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놓지 못한다면 한국제지는 11년 만에 적자전환 된다.

한국제지가 부침에 빠지건 인쇄용지에 주력하고 있는 이 회사의 사업 구조에 기인한다. 경쟁사가 과자나 화장품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백판지와 같은 산업용지 생산을 병행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쇄용지 전문 기업이다 보니 펄프 가격 상승의 충격을 그대로 흡수했다. 인쇄 용지의 원료로서 수입 의존도가 큰 펄프 가격은 올해 3분기 기준 톤당 80만8,000원에 이른다. 이는 톤당 65만6,000원선이던 지난해에 비해 23%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인쇄용지의 시장 가격은 펄프 가격 인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제지의 대표 브랜드인 ‘milk’와 같은 비도공지(일반인쇄용지)의 3분기 톤당 가격은 109만2,000원(내수 기준)으로 전년 대비(100만8,000원) 8%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아르떼’ 상표가 적용되는 도공지(고급인쇄용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트지, 가공특수지와 같은 도공지의 3분기 톤당 가격은 119만5,000원으로 같은 기간 10% 증가했다.

인쇄용지 외에도 패키징, 특수소재 사업에도 종사하고 있는 한솔제지는 펄프 가격 인상 부담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국내 인쇄용지와 백판지 부문 모두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솔제지의 3분기 영업이익은 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0억원이 증가했다. 누적 매출 기준으로 매출원가율은 82% 수준으로 한국제지 보다 10%p 낮다.

또 다른 제지 ‘빅3’로 분류되는 무림은 오히려 펄프 가격 인상의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무림P&P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17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신장됐다. 특히 펄프부문의 개선세가 눈에 띄는데, 해당 사업 영역의 3분기 영업이익은 345억원.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03%가 뛴 금액이다. 종합제지기업인 무림그룹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무리P&P는 국내 유일의 펄프 제조사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