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지사 화재로 통신망 관리 체계 허술함이 드러났다. 정부와 통신사 모두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불똥이 ‘5G’로 튀었다는 점이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통신망 관리 체계 허술함이 드러났다. 정부와 통신사 모두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불똥이 ‘5G’로 튀었다는 점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KT 화재 이후 통신망 관리 체계의 허술한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통신의 공공재 성격이 강화되고 있지만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하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불똥이 5G로 튀고 있다는 점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 상용화 일정을 강행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분위기다. 

◇ 통신망 관리 체계 허술… ‘D등급’ 홀대한 통신사

지난 24일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통신구 화재로 통신망 관리 체계의 허술함과 미흡한 대책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KT 화재를 언급했다. 이 총리는 “통신망이 고장 났는데 그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놀랍게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며 “어쩌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복구와 사후수습, 원인규명,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책 마련을 확실히 이행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제대로 된 관리 체계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정부는 통신구의 중요도에 따라 등급(A~D)을 나눠 관리를 하고 있으나 일부 통신구에 대해서는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노웅래 위원장에 따르면 화재 당시 과기정통부는 아현지사와 같은 D등급 통신구의 정확한 위치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노 위원장은 “정부가 대책을 세운다고 하나 위치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어디 가서 점검을 하겠다는 건지 갑갑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통신사의 문제도 존재한다. 통신사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D등급 통신구는 통신이 끊길 경우 우회할 수 있는 백업망도 없고, 소화시설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 위원장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D등급 통신시설 지역별 시설 현황’에 따르면 D등급 시설은 △KT 354곳 △LG유플러스 187곳 △SK텔레콤 131곳 △기타 163곳 등으로 확인됐다. D등급에는 화재 방지 시설 및 백업망 설치의 의무가 없다. 사업자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대부분은 설치하지 않는 상황이다. 통신사 비용절감 등의 경영 정책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가 될 수 있는 통신구가 853개나 된다는 의미다. 

◇ ‘통신=공공재’ 목소리 높인 정부도 책임… 5G 상용화 강행 논란 

결국 정부와 통신사 모두의 책임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는 최근 지속적으로 통신의 영향력과 공공재 인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보편요금제’를 언급하며 정부의 시장 개입 타당성을 제기한 근거로 사용하기도 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말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통신이 공공재는 아니”라며 “그러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이제는 통신 없이 생활이 안 된다. 공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 인사청문회에서는 “통신은 물과 공기와 같은 공공재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신의 공공재 주장을 이어오면서 내부 관리와 실태 파악은 소홀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의 불똥이 ‘5G 상용화’로 튀었다는 점이다. 실제 28일, 29일 예정됐던 통신3사의 5G 관련 기자간담회는 모두 취소됐다. 이들 3사는 이번 화재사고의 수습과 사후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통신사가 12월 1일 예정된 5G 전파 송출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히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보상 문제와 사태 수습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5G 상용화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인 셈이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28일 KT 아현지사 화재 피해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보다 철저한 보상과 재발방지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1일 예정된 상용화는 B2B(기업간 거래)가 중점이다. 5G용 단말은 소량만 준비된 상태로, 일부 기업 고객만 체감 가능하다. 3.5GHz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모바일 라우터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 지역 한정으로 전파를 송출한다.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형태로 5G 전파를 송출하는 만큼 상용화 일정을 미뤄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낙연 총리 역시 지난 27일 “내년 봄이면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고 자랑하지만 그 내실은 어떤지 냉철하게 인정하고 확실히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삶이 제자리로 돌아오지도 못한 상황에서 단순히 ‘타이틀’을 확보하기 위해 상용화를 고집하는 것에 비판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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