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진땀을 빼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사법농당 의혹과 과거사 사건으로 국민들의 불신을 샀다. 조직의 신뢰 회복이 두 사람의 과제다. /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진땀을 빼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사법농당 의혹과 과거사 사건으로 국민들의 불신을 샀다. 조직의 신뢰 회복이 두 사람의 과제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사법부 수장이 출근길에 화염병 테러를 당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파문은 컸다. 단면적으로 볼 때, 이 사건은 대법원 패소 판결에 불만을 품은 70대 남성이 우발적으로 벌인 개인의 일탈이지만 이면의 해석은 간단하지 않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최근 사법농단 의혹으로 법원의 권위와 신뢰가 추락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사법농단 의혹, 과거사 사건에 ‘진땀’

입을 연 것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었다. 그는 사건 이튿날인 28일 대법원 청사 앞에서 취재진으로부터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한 테러가 사법 불신에 근거한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그 점도 깊이 있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기성찰은 짧았다.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해석될만한 발언을 털어놨다. 안철상 처장은 “결국 명의는 환부를 정확히 지적해서 단기간 내에 수술을 해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아무리 병소를 많이 찾는다 해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심이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고위 법관들이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만큼 사법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조직 내부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을 대상으로 탄핵소추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대표판사 105명 가운데 53명이 동의하고, 43명이 반대했다. 나머지 9명은 기권했다. 두 동강 난 법원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사정은 문무일 검찰총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과거사 사건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다만 김명수 대법원장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검찰의 과오에 대해 사과한 것을 시작으로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씨의 병문안을 다녀왔고,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만나 이들의 증언을 경청했다. 그때마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 사명을 다하겠다”며 검찰 본연의 역할을 다짐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과거사 사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공식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때문일까. 피해 당사자들은 국가 공권력에 대한 원망을 나타내면서도 문무일 총장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검찰 수장의 눈물에 닫혔던 마음을 열었다. 피해생존자모임의 한종선 대표는 “감정이 재단돼 있어 기쁨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문무일 총장이 와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앞서 문무일 총장은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해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재심을 받을 길이 열린 셈. 무죄를 받았던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국가배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제 문무일 총장은 세 번째 사과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과거사위원회로부터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피해자 강기훈 씨에게도 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강씨는 사건 담당 검사들을 포함해 관계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관건은 검찰 개혁이다.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은 검찰 개혁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말했다. 문무일 총장은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응수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