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를 권역별 비례제의 틀 안에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대화 중인 윤호중 사무총장.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를 권역별 비례제의 틀 안에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대화 중인 윤호중 사무총장.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9일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기본 틀 위에서 연동형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기류에 막혀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련 논의가 거의 진행되지 못했는데 야당의 공세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로 입장이 변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의원정수 확대 문제 등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 없고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서도 당론을 정한 게 아니어서 ‘선거제 개혁에 반대했다’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해명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은 그간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요구해온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공약한 적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하기 전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선거제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이후 당내 기류가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에 당부하신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번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선거제 개혁안을 우리 당이 적극 나서서 만들어달라는 당부를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뜻을 받아서 당에서도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협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20여년 동안 일관되게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대선과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2017년 대선 공약에선 국회 구성의 비례성 강화, 지역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는 것을 공약했고 국정과제에서도 국회의원 선거에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명시한 바 있다”며 “비록 공약에 연동형 비례제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민주당이 추진해온 선거제 개혁엔 내용상 연동형 배분방식이 포함돼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못 박은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지만 아직 확실한 당의 입장을 결정하지는 못했다. 윤 사무총장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대해서 (입장을) 열어놓고 협의를 해나가자,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해선 정개특위에서 논의될 내용이지 당 대 당이 공방을 벌일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정개특위 소속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이미 연동형 비례제를 포함한 (권역별 비례제) 방식이 당론이기 때문에 아직은 연동형 비례제를 당론화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의원정수 확대’가 결국 관건

의원정수 확대 문제에 있어서는 한 발 물러섰다. 윤 사무총장은 “의원정수에 대해선 국민 여러분의 뜻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의원정수가 유지되는 안에서 선거개혁안이 도출되길 희망한다”며 “(하지만) 현행 의원수가 유지되는 선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어렵다는 여야 간의 합의, 정확하게는 정개특위의 합의안이 나온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정개특위 합의안에 되도록 따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의원정수 확대는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추진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고 바른미래당과 평화당도 주장하는 부분이어서 추후 논의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여전히 애매모호함 속에 숨어서 셈법을 하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치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는 단서를 달아서도 안 되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평화당도 박주현 수석대변인 구두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선거제 합의를 정개특위에 떠넘긴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며 “의원정수를 유지하는 것은 대도시에 중대선거구를 도입해서 대도시 의원수를 줄이는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공염불이다. 현재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지방 농촌을 다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심상정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수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것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현재 5,200만 국민을 대표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1인당 17만명 대표 체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대표성에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국회의원) 300석부터 370석 사이에서 국민 공감을 구하면서 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내1·2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국민정서’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양당도 의원정수 확대의 불가피성이나 국회개혁을 위한 필요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국회불신 앞에서 맞바람은 피하고 등 뒤에 서보겠다는 스탠스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한다면 지역구 축소에 대한 결의를 해주셔야 한다. 이것도 안 하고 의원정수 확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 선거제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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