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현지 공동조사단이 30일 북한으로 향했다. /뉴시스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현지 공동조사단이 30일 북한으로 향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북한지역 철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남북철도 현지 공동조사단’이 30일 서울역을 출발해 북한으로 향했다. 28명의 조사단은 북한 조사단과 함께 다음달 17일까지 경의선과 동해선 총 1,200km 구간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공동조사는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남북철도 연결 및 현대화사업의 본격적인 출발이다. 공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의 노후한 철도 시설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며, 궁극적으로는 끊어졌던 남북철도를 다시 하나로 연결하게 된다.

남북철도 연결은 남한과 북한을 잇는 것을 넘어 사실상 섬이나 다름없던 우리나라가 대륙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긴장과 갈등으로 점철됐던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를 안착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가져올 전망이다. 마침내 기적을 울린 남북철도 연결이 가져올 새로운 미래는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 기차타고 유럽까지… 동북아경제공동체 ‘혈관’ 뚫린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외국에 가는 방법은 딱 두 가지였다. 비행기 또는 배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가운데 위로는 북한이 있어 모든 육로가 차단된 상태였다. 걸어서, 혹은 자동차나 버스, 기차 등을 이용해 국경을 넘는 일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섬나라 아닌 섬나라로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낸 것이다.

남북철도 연결은 중국과 러시아의 철도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중국의 드넓은 내륙과 저 멀리 유럽으로 뻗어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국제철도협력기구 정회원 가입이 이를 상징한다. 국제철도협력기구는 유라시아횡단철도로 연결되는 아시아 및 유럽 28개국이 가입한 국제기구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북한에 가로막혀 가입하지 못하다 지난 6월 비로소 가입하게 됐다. 향후 연결될 남북철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몽고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 등 유라시아횡단철도와 연결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환송행사에서 “청년이었던 손기정 선수도 경부선으로 서울역에 도착해 열차를 타고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손기정 선수가 그랬듯 기차를 이용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여행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배낭여행을 떠나는 청년이 한반도의 동남쪽 끝인 부산에서 유럽 대륙의 서쪽 끝자락인 포르투갈까지 오로지 기차만을 이용해 도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서울역 등 주요 기차역들이 ‘국제역’으로 탈바꿈하고, 마치 공항처럼 외국인들로 북적북적한 풍경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남북철도 연결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망이다. /뉴시스
남북철도 연결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망이다. /뉴시스

남북철도 연결은 인적·물적 교류의 방식 및 규모도 확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동북지역 및 북경이 한반도와 1일 철도생활권으로 묶이게 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차를 이용하며 부산에서 아침을 먹고, 평양에서 점심을 먹고, 북경에서 저녁을 먹는 일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업무 또는 관광을 위한 이동이 한결 수월해질 뿐 아니라, 이동의 규모도 획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이재훈 전략혁신기획단장은 지난 8월 ‘경의선 철도연결과 한반도 평화·번영 국제세미나’ 발표에서 “경의선 연결 이후 평양과 묘향산, 개성, 신의주 등 4개 지역에 연평균 228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은 바 있다.

물류 역시 비용과 소요시간이 몰라보게 단축된다. 항공은 비용, 해운은 시간이 단점이었는데, 철도는 이 두 가지 문제에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길이 한결 넓어지고, 일반 소비자들은 유럽에서 ‘직구’한 제품을 보다 저렴한 운송비로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각종 광물자원의 수입비용이 크게 감소해 국내산업 전반에 원가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남북철도 연결을 통한 인적·물적 교류 패러다임 전환은 정체기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인구와 높은 잠재력 및 개발 의지를 지닌 중국, 러시아와 다양한 협력 사업이 추진될 것이고, 일본과 대륙을 잇는 관문 역할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즉, 남북철도 연결은 동북아경제공동체 구성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이슈 보고서를 통해 “남북철도가 중국·러시아와 연결되면서 만주·시베리아·몽고의 자원 및 물자와 연계될 경우, 향후 동북아경제공동체 구상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국은 자본과 기술력을 지닌 경제 대국 일본, 풍부한 자원과 성장잠재력을 지닌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물류중심국가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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