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엘리트가 총판을 없애고 본사가 직점 대리점을 관리하는 새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 형지엘리트
형지엘리트가 총판을 없애고 본사가 직점 대리점을 관리하는 새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 형지엘리트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형지엘리트가 유통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작업에 착수한다. 총판 시스템을 없애기로 한 것인데, 최근 극심한 수익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결정으로 보여진다.

◇ 유통 시스템 개편으로 반격 노리는 형지

형지엘리트가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선다. 지난 29일 형지엘리트가 밝힌 유통구조 개편안은 그간의 총판 관리 시스템을 지점 관리 체제로 변경한다는 게 핵심이다. 서울 등 전국 5개 주요 도시에 지역 총판을 두고 산하 대리점을 관리하는 방식 대신, 본사가 직접 대리점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형지엘리트 측은 이번 유통구조 전환을 통해 교복 정책과 시장 상황에 따른 효율적인 유통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판관비 감축 등을 통한 경영 실적 개선에도 이로울 것으로 보여진다.

형지엘리트가 업계 일반적인 유통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로 한 건, 비용 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브랜드 교복은 본사-지역총판-대리점-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다.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에 모험을 건 셈인데, 그만큼 형지엘리트가 놓인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읽힌다.

형지엘리트는 업계 최선두 업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2015년 학교가 교복을 일괄 공급하는 학교주관구매제도 시행 후 뚜렷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누적된 영업손실 금액은 94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당시 형제엘리트가 새 제도에 반기를 들다 후발업체들에게 추격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문을 두드린 중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어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럼에도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포함된 금융원가 등이 줄지 않으면서 3년 사이 401억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 순항하는 경쟁사, 비어가는 형지의 곳간

연속되는 당기순손실로 인해 형지엘리트의 곳간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 2015년 6월(6월결산법인) 578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 182억원까지 감소했다. 올해 역시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다. 지난 1분기(2018년 7월1일~ 9월30일) 9억원 영업적자와 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해와 별다른 바 없는 스타트를 끊었다. 반복된 손실로 인해 이익잉여금은 155억원으로 추가 하락했다.

형지엘리트의 위기감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더 두드러진다. 아이비클럽, 스마트, 더엔진(스쿨룩스)는 학교주관구매제도 시행 이후에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고 안정적인 영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아이비클럽(6월 결산법인)은 전년 대비 41% 늘어난 31억원의 영업흑자를 남기면서 영업이익률(5%)이 2%p 개선됐다.

새 제도 시행에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한 스마트는 지난해(12월 결산법인)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흑자 규모는 각각 582억원과 55억원. 지난 수년간의 흐름대로라면 스마트는 올해 매출 600억원, 영업흑자 60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엔진도 지난해(6월 결산법인) 23억원의 영업흑자를 달성하며 적자 터널에서 1년 만에 빠져 나왔다.

총판을 없애기로 한 형지엘리트의 모험이 성공으로 귀결될지 아니면, 교복 학교주관구매제도에 뒤늦게 동참한 것과 같은 또 다른 실책으로 남게 될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