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무역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사진은 두 정상이 작년 5월 정상회담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 /뉴시스·AP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무역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사진은 두 정상이 작년 5월 정상회담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1월 30일과 12월 1일(현지시각) 이틀간 G20 정상회담이 열린다. ‘메인 이슈’는 물론 미·중 정상회담. 서로 수천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 타협점을 찾는다. 한편 전통의 라이벌인 미국과 러시아의 만남, 그리고 유럽 연합 탈퇴를 준비하고 있는 영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많은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 마침내 만난 미·중 정상… 무역합의 도출 기대

웰스파고 자산운용사의 수석 국제투자책임자 커크 해트먼은 29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정상은 G20 정상회담에서 서로 원하지 않는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 너무 많은 것들이 달려있기 때문에,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조건이더라도 합의문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G20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 긴장을 해소하기 가장 좋은 무대로 여겨져 왔으며, 무역협상 중단 카드와 관세 카드를 거침없이 사용해왔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9일(현지시각)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60p 가까이 떨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나바로 국장은 더 강한 무역 압박을 주장하는 ‘매파’에 속하며, 중국과의 무역 긴장을 어느 수준까지 높일 것인가를 두고 백악관 경제팀과 의견충돌을 빚었던 전력도 있다. 무역정책국장의 정상회담 참가 여부 소식에 뉴욕 증시가 요동쳤다는 사실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무역 이슈를 관심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는 소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현지시각) 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내년 봄에 발효할 예정이었던 관세조치들을 잠시 중단시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 우크라이나 사태, 군비 경쟁으로 번지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고를 쳤다. 러시아 해군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케르치 해협에 정박해있던 우크라이나 선박 3척을 나포하고 승무원들을 감금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해당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협력을 약속했다.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유럽 지역 지도자들 대부분은 이미 러시아를 성토하는 성명을 발표한 상태다.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던 트럼프 대통령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CNN은 이 결정에 대해 “‘모든 중요한 이슈들을 일일이 대화로 풀려고 나설 이유가 없다’는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의 지론이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이 단순한 지역적 마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미·러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제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폐지 이후의 미래에 대한 논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러시아가 보유 중인 중거리미사일들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INF를 탈퇴하고 신무기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지 못한다면 양측이 군사 문제를 논의할 무대도 사라진다.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각) 기사에서 “두 정상이 INF를 대체할 새 핵전략무기 제한 조약을 맺지 못한다면, 3년 이내에 다시 무기 통제가 없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브렉시트 지지 이끌어내야 하는 메이 총리

테레사 메이 총리는 이번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지도자들 중 내년 회의에서 보지 못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다.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조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내각의 사퇴가 이어졌고, 국민 지지율도 떨어졌다. 협상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 2019년 영국 경제는 3년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나빠질 것이 확실하다. 메이 총리가 아직까지 사퇴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마감시한 전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끝마치기 위해서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G20 정상회담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얻어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메이 총리는 영국에 첫 무역 특사를 보내기로 약속하는 등 브렉시트 지지 의사를 밝힌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필두로 6명의 정상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만 브렉시트 협상에 비판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별도로 만날 계획을 잡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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