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공매도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해 터진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사건 등을 통해 제도적 허점이 드러나면서 그간 쌓여왔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버렸다. 최근 금융당국이 골드만삭스에 대해 역대 최대 과징금 처분을 가했음에도 이 뿌리깊은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보다 강력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뜻한다. 투자자는 공매도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주식을 다시 사서 매입자에게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흔히 시세차익을 노리고 활용되는 투자 방식이다. 이같은 공매도는 시장의 유동성을 늘리고 지나치게 고평가된 종목을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부각되고 있는 형편이다. 공매도가 국내 증시 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주가 흔들기에도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공매도 시장은 통상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된다. 개인의 경우, 신용도와 자금동원, 정보력에서 뒤처져 증권 차입이 쉽지 않다. 자본력을 앞세운 기관 세력들이 대규모 공매도 물량을 쏟아낸 뒤, 약세장에서 이익을 거둬갈 때 개미들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는 셈이다. 이같은 불평등 구조에 불만이 쌓일대로 쌓였을 때 그간 말로만 무성했던 ‘무차입 공매도(빌리지 않는 주식을 파는 행위)’까지 확인된 것이다.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은 지난 5월 30일과 31일 무차입 상태에서 156개 종목, 401억원에 이르는 공매도 주문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무차입 주식 공매도는 국내에선 불법이다. 하지만 업계 내에선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는 소문이 그간 왕왕 있었다. 당국은 시스템상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를 비웃듯 제도적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는 공매도 제도 폐지론을 불붙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금융당국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매도 폐지 청원글이 쏟아지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우선 강력 경고 차원에서 과징금 최대 처분 카드를 꺼냈다. 증권선위원회는 골드만삭스에 7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당국이 제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 액수다.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될 시, 강력한 처벌을 내리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공매도 제도 자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그 불신의 골도 뿌리깊다. 단발성의 강력 처분 조치만으로는 이 불신을 잠재우긴 어려울 터다.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와 무차입 공매도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개혁과 제도적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 불신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처벌 수위 역시,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왕 칼을 뽑았으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시장 경직에 대한 우려에 발목 잡혀, 소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선 논란을 끝낼 수 없다. 조만간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 개혁에 대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미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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