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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식 정치의 꿈④ 부록] 보스 위주 인재영입이 정치발전 걸림돌
2018. 11. 30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청년들에게 한국정치는 여전히 불모지다. 39세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프랑스의 사례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젊은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 옳다는 게 아니라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게 문제다. 유력 정치인들이 ‘청년’이라는 타이틀로 인재를 영입하지만 병풍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하지만 ‘청년’ 타이틀을 거부하고 바닥부터 ‘상향식 정치’의 길을 걷는 젊은 정치인들도 있다. 좌충우돌한 이들을 통해 한국정치의 현실을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인재육성’이 아닌 인재영입위원회를 당 공식조직으로 두고, 선거 때마다 인재영입위원장직에 누구를 앉힐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정치판도도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이다. 사진은 자유한국당의 청년정치캠퍼스Q 모습. / 자유한국당 제공
‘인재육성’이 아닌 인재영입위원회를 당 공식조직으로 두고, 선거 때마다 인재영입위원장직에 누구를 앉힐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정치판도도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이다. 사진은 자유한국당의 청년정치캠퍼스Q 모습. / 자유한국당 제공

[시사위크=은진 기자] <시사위크>가 만난 김빈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대변인, 여명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 주이삭 바른미래당 구의원(서대문구)은 우리나라 정당의 인재육성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정치신인’을 육성하고 인재를 키워내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정치인재는 ‘보스’ 위주의 ‘영입’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이삭 : "공천 시스템이 아니라 일반 정치인을 정당에서 육성하는 시스템이 나와야 한다. 청년 가산점이나 청년 비례대표는 필요 없고 지역에 나가서 제대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예산을 볼 수 있고, 조례를 만들 줄 아는 정치인을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자치단체 예산안 숫자를 해석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기회 한 번 주십시오’ 하는 안이한 정치는 안 된다. 영입은 점차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명 : "자유한국당 내에 정치학교가 있지만 거의 친목이라고 하더라. 비례대표 이력서에 (경력) 한 줄 쓸 수 있는 수준이다. 지금의 정치학교로는 정치인이 양성될 수 없는 구조다. 정치인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절대 (유명) 정치인만 따라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인 행사에 얼굴 비추고 같이 사진 찍고 홍보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 선진국, 정당 자체 육성시스템 ‘정착’

우리나라의 정치학교 또는 정치대학원은 주로 선진국의 인재육성시스템을 본 딴 것이다. 하지만 정치 선진국들의 경우 정치교육기관의 중요도가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 대부분 북유럽 국가들의 정당 지도자들은 거의 소속 정당의 청년당원 출신으로 각 정당의 교육기관을 거쳤다.

스웨덴에서 약 100년 동안 총선 득표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민주당은 당내에 ‘봄메쉬빅’(Bommersviksakademien·청년정치학교)을 두고 있다. 이 교육기관은 정치지망생들이 기존 당원들과 교류하며 당의 이념을 공유하고 정치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사민당 출신의 역대 총리는 모두 이 교육기관을 거쳤다. 정당마다 있는 여름캠프는 청년당원들이 여름휴가 기간 동안 국가의 미래와 정당의 역할에 대한 내용을 학습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군소정당이라고 해도 여름캠프는 반드시 운영한다.

독일의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각각 청년사민당, 청년녹색당 조직을 운영한다. 청년사민·녹색당 지도부는 청년당원들끼리 별도로 선출한다. 이들 청년조직은 당내에서 ‘야당’의 역할을 하며 자연스러운 정치 세대교체를 주도한다.

호주의 주요정당인 노동당과 진보당은 전국 6개 주와 2개 준주에 지구당을 두고 있다. 당의 제도는 전반적으로 지구당에서 중앙당으로 향하는 상향적 경향을 띤다. 노동당과 진보당 모두 정책개발을 위한 연구소와 청년단체 등을 부설기관으로 두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정치학교 강의 모습. / 바른미래당 제공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정치학교 강의 모습. / 바른미래당 제공

◇ ‘정치인재 육성’ 지적 매년 반복

우리나라 정당이 인재를 영입만 할 게 아니라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은 선거 때마다 반복돼왔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계’ ‘DJ(김대중 전 대통령)계’에서부터 ‘친박’(친박근혜) ‘친문’(친문재인)까지. 주로 ‘거물’ 정치인을 중심으로 맥을 이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20대 총선을 준비하며 영입했던 인사들이 ‘친문계’로 묶이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유권자들은 정치신인의 면면보다 ‘문재인 영입 인사’라는 데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인재‘육성’이 아닌 인재‘영입’위원회를 당 공식조직으로 두고, 선거 때마다 인재영입위원장직에 누구를 앉힐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정치판도도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이다. 한국당의 ‘청년정치캠퍼스Q’와 바른미래당의 ‘청년정치학교’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청년정치인과 국회의원 보좌진 등을 대상으로 성장할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보통 방학기간을 이용해 1~2개월 남짓 이뤄지는 민주당·한국당과 달리 6개월에 걸쳐 정치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2기 수료생까지 배출해 지금까지 150여명이 청년정치학교를 거쳤다. 1,2기 수료생 중 모두 13명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인재양성에 초점을 둔 정치학교와 반대로 대부분의 정당이 도입하고 있는 ‘청년비례대표’ ‘청년할당’ 제도는 오히려 ‘청년’이라는 타이틀에 매몰돼 청년의 나이기준만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을 낳는다. 청년이 아닌 정치신인의 활동영역을 좁히는 것은 물론, ‘이벤트’로만 청년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김빈 대변인, 여명 시의원, 주이삭 구의원은 모두 나이 상 청년에 속하지만, ‘청년정치인’이라는 딱지가 붙는 것을 거부했다. ‘경험이 없어서 모른다’는 무시와 ‘젊은 피 수혈’이라는 필요 속에서 정치신인들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