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오세훈, 황교안 등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주자들이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서고 있다.
홍준표, 오세훈, 황교안 등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주자들이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서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야권 잠룡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간 정중동 행보를 하며 관망세를 취하던 이들은 내년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개최에 맞춰 일제히 정계 1선에 등장하며 세력화를 모색 중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국면과 맞물려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 홍준표·오세훈·황교안 등 정치활동 시동

먼저 공개적인 움직임을 보인 사람은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다. 지방선거 참패 후 일선에서 물러났던 그는 “최근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 홍준표의 말이 옳았다는 지적에 힘입어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며 복귀를 선언했다. 12월 중순 경에는 유튜브 기반의 ‘홍카콜라 TV' 개국을 앞두고 있다.

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 신호탄을 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국당을 탈당했던 오 전 시장은 “미력하나마 보수단일대오 형성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입당하게 됐다”고 복당 이유를 밝혔다. 3일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는 “한국당이 미래정당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전을 설정할 수 있는 좌표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기에 황교안 전 총리가 합세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그간 황 전 총리는 종교활동과 강연활동에 매진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사실은 복귀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황 전 총리 측도 정계진출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 전당대회에 후보로 나설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 확대를 위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물밑 활동도 심상치 않다. 최근 김무성 전 대표는 구속수감돼 있는 최경환 의원을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19대 국회 당시 두 사람은 개인적 친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내 각각 비박좌장과 친박핵심으로 통하며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이번 면회를 통해 해묵은 감정을 청산하고 통합을 이루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을 두고, 김 전 대표의 영향력이 어디까지인지 볼 수 있는 계기로 여기고 있다.

◇ ‘반문연대’ 고리로 보수대통합 움직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처음 떨어졌다. 무엇보다 부정평가가 크게 상승해 부정평가와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줄어들었다는 점에 주목된다. /리얼미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처음 떨어졌다. 무엇보다 부정평가가 크게 상승해 부정평가와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줄어들었다는 점에 주목된다. /리얼미터

이들을 엮는 고리는 이른바 ‘반문연대’다. 홍 전 대표는 꾸준히 SNS 메시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고, 오 전 시장은 복귀명분으로 문재인 정부의 독선을 견제할 보수단일대오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황 전 총리도 “나라발전을 위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드리기 위해서, 같이 힘을 합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며 연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국당 입장에서 긍정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이들의 움직임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발표된 리얼미터 11월 4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5% 포인트 상승한 26.4%를 기록했다. 한국당 지지율이 25%를 넘은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기 직전인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1.2% 포인트 빠진 38%였다.

주목되는 것은 ‘디커플링’ 현상이 완화됐다는 점이다. 그간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국면에서도 한국당 지지율은 20% 안팎에서 거의 변화가 없을 정도로 반사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일부 국민들이 한국당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46.6%)가 크게 높아지면서 연대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권 내에서도 ‘반문연대’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통합의 수단이 될 수 있을지언정, ‘반문’ 자체가 보수의 목표는 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대표는 “야당이 힘을 합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반문이 무슨 보수의 목표가 될 순 없다”며 “반문보다 훨씬 중요한 보수의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YTN의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다. 유무선 ARS 및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총 2513명이 최종응답을 완료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 응답률은 7.7%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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