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2일)이 이미 지났으나, 여야 갈등 속에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9일 처리마저 불투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2일)이 이미 지났으나, 여야 갈등 속에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9일 처리마저 불투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2일)이 이미 지났으나, 처리 시점과 방식을 놓고 여야 신경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3일 본회의를 열고 법정시한을 넘겨 자동 부의된 예산안을 상정했으나, 야권이 일제히 불참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 정부원안을 상정했다. 문 의장은 예산안 상정에 앞서 "헌법에 정한 예산 처리시한과 국회 선진화법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오늘 본회의를 소집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만 오늘은 예산안의 여야간 합의를 조금 더 독려하기 위해 상정과 제안설명까지만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안설명과 2019년도 예산안 정부원안, 2019년도 기금운용계획안, 2019년도 임자형 민자사업(BTL) 한도액안 등의 상정으로 정회했다. 여야 간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셈이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는 남북협력기금과 일자리 예산 등 핵심 쟁점 사안 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예산안 처리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제 연계에는 미온적이나,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여야 합의정신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제 연계처리에 부정적인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문 의장과의 정례 오찬모임인 '초월회'에서 "30년간 정치를 했는데 선거구제를 연계시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건 처음 봤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연계시킬 것을 갖고 연계를 시켜야지, 국민이 이걸 알면 얼마나 노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것 같으면 선거구제 논의는 할 필요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예산안은 예산안, 선거구제는 선거구제"라며 "예산안과 연계시키려고 하는데 선거구제는 그렇게 논의가 안 될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현실적으로 오늘까지 예산안이 통과 안 됐다고 큰 난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협치는 주고받는 것"이라고 선거제와 예산안 연계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은 동시에 처리돼야 한다. 이미 안은 나와 있고 결단만 하면 된다"고 했으며,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계속 합의가 어려운 일로 치부하고 자꾸 뒷전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야3당은 본회의에 앞서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5당 대표 긴급회동을 앞으로도 계속 촉구하고,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의 무기한 공동 농성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선거구제 개편안과 별개로 본회의 개최 강행을 문제 삼았다. 국회 본회의 개최 강행에 대해 "교섭단체 합의정신을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오늘도 정부안을 상정해서 예산 정국이 꽉 막힌 것보단 수정 예산안을 교섭단체가 특히 예결위 소소위 기능을 살려서 합의 처리키로 합의를 했다"며 "그럼에도 오늘 갑작스럽게 5시에 정부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또 경제부총리로부터 제안 설명을 듣겠다는 것은 교섭단체 합의정신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려 4조나 되는 세수결손이 발생했음에도 수정예산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국회가 펑크 난 4조를 메울 것이라고 떠넘기고는 정부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건 얼토당토하지 않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안 심사 자체가 지지부진한 것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 한 요소로 꼽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참여하는 비공식 협의체 예결위 소소위는 이날 오전 11시 회의를 열어 3일째 감액 심사를 이어 갔다. 증액 심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남북경협사업, 일자리 예산 등 쟁점 사안에 대해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해 원내지도부 협상 테이블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오늘 9일에도 예산안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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