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면서 남북접경지역 관광지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제3땅굴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모습. /뉴시스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면서 남북접경지역 관광지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제3땅굴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파주=최영훈 기자]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1·2차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도발, 1~6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됐지만 올해는 예전과 달랐다. 4·27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9·19 남북정상회담을 치르면서 한반도에서 남북은 서로에게 향한 총부리를 거뒀다.

휴전선 접경지역의 분위기도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전쟁 위기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사람들 발걸음마저 줄어들었던 이곳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임진각과 제3땅굴이다.

임진각은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약 7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고, 남북을 잇는 경의선이 끊어진 곳이기도 하다. 교과서에서만 봤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유명한 문구가 새겨진 철도 중단점도 바로 이곳에 있다.

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일대는 주말을 맞아 가족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이제 총성 대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지역으로 변했다. 평화누리공원부터 실향민들이 명절 때마다 제사를 지내는 망배단까지 걷는 동안 영어, 프랑스어, 네델란드어, 중국어 등 다양한 국적의 언어가 귓가에 들렸다.

파주시가 집계한 임진각관광지 외국인 방문객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올해 임진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다소 늘어난 추세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임진각 관광지와 제3땅굴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현황. /그래픽=이선민 기자

파주시가 집계한 임진각관광지와 제3땅굴의 외국인 방문객수 통계를 살펴본면, 제3땅굴의 외국인 관광객은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직후인 5월부터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제3땅굴의 경우, 8월부터 지난해 동월 대비 50%가 넘게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했다. 특히 10월에는 지난해 동월 대비 무려 92%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제3땅굴은 냉전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임진각 관광객은 6월부터 소폭으로 증가하다 10월에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10월에 큰 폭 하락한 것은 단풍철로 인해 설악산 등을 더 많이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계속해서 훈풍 분위기를 조성할 경우, 휴전선 접경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팸투어를 준비 중인 외국인이 직접 이곳을 찾아 사전조사를 하는 등 관광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3땅굴 내부 모습.
경기 파주에 위치한 안보관광지 제3땅굴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5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은 제3땅굴 내부 모습. / 사진제공=파주시

팸투어 차 임진각을 찾았다는 한 외국인은 “이곳과 관련한 관광상품을 만들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프랑스인 역시 “일 때문에 한국을 찾았고 이곳에 오게 됐다”고 했다.

남북의 화해 분위기를 반기는 외국 관광객도 많았다.

전쟁 당시 지하벙커 기능을 했던 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난 미국인은 “한국과 북한이 통일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곳을 찾게 됐다”라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한국사 수업을 배운다는 엠마 씨는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유학왔고, 지금은 한국사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 때 이곳 임진각이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로 배웠고, 한번 방문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와 함께 여행투어를 신청해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반도에 불어 온 훈풍에 그동안 단절된 남북교류 역시 재개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남북 철도 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가 시작됐다. 덕분에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이 다시 열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08년 북한의 12·1조치 이후 얼어붙은 남북교류도 10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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