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셔부문이 SPA브랜드 에잇센커즈의 부진과 함께 매출 신장에 실패하고 있다. / 에잇세컨즈
삼성물산 패셔부문이 SPA브랜드 에잇센커즈의 부진과 함께 매출 신장에 실패하고 있다. / 에잇세컨즈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이서현 효과’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오너가인 이서현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책임자로 등극한 지 어언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당초 업계 기대와 달리 미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 개선 작업을 통해 패션 사업을 흑자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전체 매출이 역신장하면서 경영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매출 10조’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에잇세컨즈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돌아가지 않는 공장, 실종된 ‘이서현 효과’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은 1조7,496억원. 이는 전년 대비 5%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3분기까지 삼성물산 패션의 누적 매출은 1조2,6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404억)과 대동소이하다. 누적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76억원이 늘어나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업계 대목인 연말 장사에 사활을 걸어야 할 지경이다.

‘2020년까지 10조 매출 시대를 열겠다’는 이 사장의 포부와는 전혀 다른 전개가 이어지면서, 패션부문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삼성물산에서 패션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5.97%로 급락했다. 패션부문 매출은 이 사장 취임 직전 13%에 달했다. 올해 역시 6%대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3분기 기준 패션부문의 매출 비중은 5.46%에 머물고 있다.

감소하는 생산실적도 삼성물산의 옷이 잘 팔리지 않고 있음을 대변한다. 2015년 265만 야드 규모던 삼성물산의 직물 생산량은 2년 만에 174만 야드로 34% 가까이 감소했다. 줄어든 생산실적은 자연스레 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왔는데, 동 기간 136%에 달했던 가동률은 79%로 내려앉았다. 한때 포화상태 일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던 경북 구미사업장은 올해 3분기(68%) 더욱 여유롭게 돌아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 유니클로 하나 못 당하는 패션 공룡

이처럼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부진한 배경에는 에잇세컨즈의 부진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청사진대로라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야 하며, 그 중심엔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가 자리 잡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브랜드 런칭 6년이 지나도록 에잇세컨즈는 여전히 매출 2,000억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더딘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국내 경쟁 브랜드인 ‘스파오’(3,000억원)와 ‘탑텐’(2,000억)에도 뒤지는 수치다.

에잇세컨즈의 초라한 현주소는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와 비교했을 때 더욱 또렷해진다. 유니클로는 매년 실적을 갱신시키며 국내에서도 ‘SPA왕좌’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3일 공시된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8월 결산법인)은 1조3,732억원. 유니클로 단일 브랜드로만 ‘빈폴’, ‘구호’, ‘10꼬르소꼬모’, ‘비이커’ 등을 더한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체 실적과 맞먹는 셈이다. 지난 9월부터 에프알엘코리아는 새 브랜드 GU를 런칭해 또 한번 패션가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설상가상 에잇세컨즈는 성장의 교두보로 삼았던 중국 시장에서마저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는 뼈아픈 일을 겪어야 했다. 회사 측은 시장 환경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일 뿐, 중국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는 우려감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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