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수원장이 정희수 전 새누리당 의원(사진)을 원장으로 선임하려다 절차상 문제점이 드러나 취임식을 연기했다. /다음로드뷰
보험연수원이 정희수 전 새누리당 의원(사진)을 원장으로 선임하려다 절차상 문제점이 드러나 취임식을 연기했다. /다음로드뷰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보험연수원이 원장 인사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희수 전 새누리당 의원을 원장으로 선임하려다가 절차상 문제점이 발견돼 3일 예정됐던 취임식을 무기한 연기하게 돼서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데 따른 것인데, 업계에선 ‘졸속’으로 진행하다 탈이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국회의원 출신 원장, 취임 연기… 취업 심사 미승인 드러나   

보험연수원은 1965년 설립된 보험교육 전문기관이다. 과거 보험감독원 산하였다가 1994년 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민간에 이양된 곳으로, 보험전문 교육과 보험심사역 등 자격시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사단법인으로 독립한 후에도 관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관행처럼 보험연수원장으로 내려오면서 낙하산 구설을 피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오랜 인사 관행을 깨고 보험연수원이 국회의원 출신 인사를 원장으로 모시려다가 한바탕 진땀을 흘렸다.

보험연수원은 지난달 30일 임시총회를 열고 정희수 전 새누리당 의원을 보험연수원장에 선임했다. 정 전 의원은 17~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인사로, 기획재정위원회 상임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바 있다. 보험연수원은 정 전 의원을 경제·금융 관련 의정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은 적임자라고 평가했지만 업계에선 ‘금피아’ 대신, ‘정피아’를 모셔온 것 아니냐는 뒷말이 적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은 한때 친박계 인사 중 하나였지만,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부단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낙하산과 보은인사 논란도 불거졌다. 국회의원 출신이 보험연수원장으로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인사 절차상 미비점까지 드러나며 곱지 않은 시선이 더 짙어졌다. 보험연수원은 당초 3일 열 예정이던 원장 취임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선임 직후 정 전 의원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의 취업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6년 5월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정 전 의원은 국회 윤리위의 취업심사 대상이다. 보험연수원의 경우,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 취업제한) 2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관에 해당된다. 관련 조항에 따르면 국회의원 등 퇴직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 동안 취업 제한 기관에 취업을 원할 경우 윤리위에서 취업 제한 여부를 확인 받아야 한다.

보험연수원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는 인사를 선임하고, 이를 뒤늦게야 알게 됐다. 이에 보험연수원은 취임식을 연기하고, 정 전 의원이 취업 승인을 받은 후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 정피아 모시려다 기본적 인사 검증 구멍 숭숭 

보험연수원 관계자는 “국회의원 출신이 처음 오시다보니,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게다가 당초 정 전 의원 측이 확인했을 때는 보험연수원이 취업승인 심사 기관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확인하니 심사 대상 기관이었다. 이에 지난달 30일 윤리위에 취업 심사 신청을 했다. 이후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가장 기본적인 절차도 체크하지 않고 선임을 결정한 보험연수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업계 안팎에서 졸속으로 인사를 추진하다가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험연수원은 별도의 추천위원회도 없이, 이사회만을 거쳐 이번 인선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임시총회를 거쳐 이를 확정했다. 보험연수원 총회는 회원사인 생명·손해보험협회와 26개 생명·손해보험사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보험연수원 관계자는 “큰 기관이 아니다보니, 별도의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사 검증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보험연수원 경영 공백은 더 길어지게 됐다. 보험연수원장 자리는 최진영 전 보험연수원장이 지난 6월 말 퇴임한 이후 5개월 넘게 공석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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