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0 22:06 (월)
[이웅혁 교수 인터뷰] “국민청원의 이면, 청와대가 놓쳤다”
[이웅혁 교수 인터뷰] “국민청원의 이면, 청와대가 놓쳤다”
  • 소미연 기자
  • 승인 2018.12.04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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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희 기자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유독 범죄 사건에 대한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은데 대해 국민들의 형사사법기관 불신, 안전 불안 심리를 표출한 것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그는 청와대가 사건의 개별적 처리 방향을 답하는 게 아닌 국민 안전에 대한 종합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은 현 정부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 창구다. 이른바 ‘현대판 신문고’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선 ‘답’을 하고 있다. 4일 현재 청와대의 답을 기다리는 청원은 13개다. 안전과 환경, 인권과 성평등, 정치개혁 등 청원을 분류한 카테고리는 달랐지만 그 내용은 비슷했다. 폭행과 살인사건에 대한 피의자의 강력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 20만 명 이상의 동의표를 구한 청원 13개 중 10개가 그랬다.

물론 오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수역 폭행사건의 경우, 청원에 올라올 때만 해도 여성 두 명이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남성 다섯 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과 목격자 진술이 나오면서 반전을 맞았다. 현재로선 쌍방폭행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미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의 처벌을 요구하는데 36만 명 이상의 청원 동의를 받은 뒤다. 때문에 일각에선 국민청원의 역기능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청원의 기능이 아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민청원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심리를 주목했다.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불신, 안전에 대한 불안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청원의 개별적 답변이 아니라 국민 안전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서울 역삼동 모처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설명
이웅혁 교수는 심신미약에 대한 형법상의 제도는 유지하되 처벌의 감경 여부에 대해선 판사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했다. 그래야 정상인에게 형벌을 부과한다는 형법의 근본 원칙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 국민청원을 통해 흉악범죄에 대한 단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안전은 다른 이슈에 비해서도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달성하는데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검경의 절차대로 할 경우 사건의 실체가 묻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야 신속하고 공정하게 사건의 실체를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이 국민청원으로 몰리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다음이다. 국민들이 청원을 통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안전에 대한 정부의 종합대책이다. 사건에 대한 단발적인 답변을 내놓으라는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여준 청와대의 답변은 교과서적인 수준이다. 국민청원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개별 사건이 아니라 범죄와 안전이라는 큰 틀로 봐야 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흉악범죄에 대한 청원 내용은 결과적으로 하나다. 강력한 처벌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개별 사건으로 보고, 사건에 대한 처리 방향만을 얘기하고 있다. 사실 그마저도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법조항이 어떻게 되는지를 말해달라는 게 아니지 않나. 국민들은 단기 특강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제가 봤을 때 국민들의 요구는 구체적으로 실효화 될 수 있는 대안을 책임 있는 청와대가 보여 달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곳 아닌가.”

- 결국 국민청원은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의 표현이었다.
“그러니까 국민들은 청와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청와대가 전체를 보지 못하고 개별 사건으로 보니 교과서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달라지는 게 없다. 달라지는 게 없으니 계속 반복되고 있다.”

- 청원 다수가 심신미약에 따른 처벌 감경을 반대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으로 심신미약은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쉽게 말해보자. 어린 꼬마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더라도 그 꼬마는 형벌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아직 정신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다. 이게 바로 심신미약이다. 어른 중에서 꼬마와 같이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들에겐 치료 후 형벌을 부과하는 게 맞다. 심신이 정상적인 사람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 그것이 형법의 근본 원칙이다. 따라서 심신미약이 법상 존재해야 한다. 문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지능적으로 바뀌면서 형벌을 줄이기 위해 악용하는 사례다. 기억이 안 난다, 약을 먹고 있다는 등으로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변명까지 못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제도는 그대로 두되 판사가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설명
이웅혁 교수는 청소년 범죄를 단순 호기심으로 인한 사건과 흉악범죄 사건을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흉악범죄자는  개선·교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나이는 숫자가 불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행위에 형을 ‘감경한다’는 의무조항을 ‘감경할 수 있다’로 바꾸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사실상 감형 폐지다.
“필요적 감경사유를 임의적 감경사유로 바꾼다는 것이다. 심신미약이 인정될 경우 반드시 감경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감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 논리적으로 보면 상당 부분 감경하지 않을까.”

- 폐지를 줍던 70대 노인을 때려 숨지게 한 남성의 경우 폭행 이후 피해자의 사망 여부를 여러 번 확인하기도 했다더라. 심신미약이라고 하더라도 살해 의도가 의심될만하다.
“판사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으면 된다. 사건의 맥락을 보면 피의자 식별이 충분하지 않은가. 실제 사건에서 피의자가 자신의 행위 의미를 전혀 모른다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다. 조현병, 망상장애 등인데 이들은 법적 처벌이 어렵다. 그래서 치료감호(보호처분)가 있는 것이다. 행위의 의미를 아는 사람을 처벌하는 게 형법의 기본 원리다.”

- 청소년 강력범죄가 심각한 수준이다. 소년법 개정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소년법이 형법의 특별법이다.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개선·교화될 수 있다고 보고 비록 나쁜 일을 했더라도 잘 다독이고 교육시켜 바른 길로 인도하자는 게 핵심이다. 심신미약과 비슷한 논리다. 문제는 특칙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겐 사형과 무기 대신 징역 15년이 최대 형벌이다. 성인에 비해서도 가석방이 빠르다. 개선·교화될 수 있다고 믿으니까. 하지만 청소년 범죄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도 같이 호기심에서 벌어진 사건과 흉악범죄는 다르다. 흉악범엔 나이가 없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청소년이든 노인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소년법 자체는 유지하되 흉악범죄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특칙들이 더 이상 악용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 이들이 개선·교화될 가능성도 상당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잠재적 청소년 범죄자들에게 나쁜 신호를 보낼 수가 있다.”

- 그래서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집단폭행 피의자들이 이례적으로 전원 구속되지 않았나. 가해 학생 모두 14살에 불과하다.
“청소년 범죄 가운데 성인보다 더 잔혹한 사건들도 많다. 여기에 특칙을 적용시키면 안 된다. 특히 요즘은 범죄 지능이 상당 부분 발달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청소년 범죄자를 동일한 집단으로 구분해선 안 된다. 호기심과 실수는 보호처분이 타당하지만 강력범죄는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잔인한 범죄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설명
이웅혁 교수는 피의자의 얼굴 공개 여부에 대해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의 몫으로 판단했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것. 그는 “수사기관은 수사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 피의자의 얼굴 공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개 여부를 떠나 굳이 얼굴을 가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해주는 나라가 없다. 그러면서 형사 얼굴은 다 나오더라. 참 아이러니 했던 게 지난해 9월 괌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된 판사부부의 이야기다. 부부는 현지에서 아이들을 차량에 방치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지역 언론에 얼굴이 공개됐다. 그런데 해당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보도될 때는 모자이크 처리가 됐다. 이처럼 얼굴을 비공개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언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현장검증에서 사람들이 ‘낯짝 좀 보자’고 말하지 않나. 국민의 알권리다. 그걸 왜 수사기관에서 의도적으로 차단하는가. 언론이 취재 후 얼굴 공개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수사만 열심히 하면 된다.”

- 춘천 여자친구 살인사건의 유족들은 중대 범죄에 한해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실제 도움이 될까.
“상식적인 면에서 범죄 의지가 꺾이지 않겠는가. 피의자들도 얼굴 공개는 부담스럽다. 물론 사회과학적 분석이 필요하지만, 자신에게 불이익이 많으면 범죄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예방뿐 아니라 범인의 여죄를 밝혀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추가 피해자가 등장할 경우 수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조두순 출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다. 형을 늘리기 위해 재심은 불가능하다. 대안은 없을까.
“형이 종료될 때 재범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 보호감호소로 이송될 수 있었지만 인권 문제로 폐지가 됐다. 이중처벌을 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답변도 법무부 보호관찰, 전자발찌 부착 등 한계가 있다. 청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한 번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짚어볼 것이 교도소의 기능이다. 조두순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그 기간 동안 교도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얘기다. 옛 교도소의 기능은 범죄를 저지른데 대한 형벌의 대가, 범인을 잡아두는 게 전부였다면 지금의 교도소는 개선과 교화에 목적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조두순이 교도소에서 개선·교화가 안됐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우리나라 교정행정의 낙후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설명
이웅혁 교수는 교도소의 개선 및 교화 기능을 강조했다. 조두순 사건이 일례다. 그의 출소를 앞두고 국민들이 불안감을 토로하는 것은 결국 교정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 교정행정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인가.
“사안을 넓게 보자는 것이다. 교도소에서 개선과 교화가 이뤄지도록 프로그램 개발, 인력 양성 등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대폭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설치해 범죄 예방을 국가정책 어젠다로 삼았다.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통해 형사사법기관과 교도소가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경제개발5개년 계획처럼 범죄안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범죄 문제는 간단한 게 아니다. 궤적을 그리면서 나아간다. 소년, 청년, 장년시절을 거치면서 주변에 어떤 일들이 생기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범죄 흉포화, 지능화 등이 결정된다. 오늘 설령 아무 일이 없었더라도 2~3년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범죄 사건을 단발성이 아닌 국가의 중요한 정책으로 격상시켜 문제 해결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국민의 안전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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