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내년 1월 1일부터 90일간 무역 협상에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단 대표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오른쪽)를 선택했다. /뉴시스‧AP
미국과 중국이 내년 1월 1일부터 90일간 무역 협상에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단 대표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오른쪽)를 선택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과 중국이 1월 1일부터 무역협상을 다시 시작한다. ‘휴전’ 기한은 90일이다.

11월 30일부터 12월 1일(현지시각)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그간 중단됐던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고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줬다”고 자축했다.

◇ 90일 유예 받은 무역 전쟁… IP가 쟁점 될 듯

양국은 협상 재개를 위해 서로 한발짝씩 물러섰다. 미국은 2019년 1월 1일 발효될 예정이었던 대 중국 관세계획을 중단했으며, 중국은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으로부터 농산물과 에너지 제품을 더 구매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협상 개시 후 90일이 지날 때까지 양국 대표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당초 계획대로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되던 10% 관세를 25%로 인상한다.

미국은 새해와 함께 시작될 무역 협상의 포인트로 ▲무역적자 폭을 줄이는 것과 ▲기술 이전, 그리고 ▲지식재산권(IP) 문제를 뽑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각) CNBC 방송에 출연해 “협상 테이블에 오른 상품거래 규모만 1조2,000억달러 수준이다.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것 뿐 아니라 미국 시장의 개방과 우리 기술을 보호하는 문제도 다뤄질 예정이다”고 협상 안건을 설명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3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기술 도둑질’을 방지하는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합의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밝혀 미국 기업인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블룸버그는 커들로가 이날 합의의 자세한 부분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이 계속해서 미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지 1주일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낙관론을 펴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고 있는 40% 관세를 곧 철폐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전망도 함께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트위터에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려 양국이 상품교역 분야에서 진전을 봤음을 짐작케 했다.

◇ 트럼프, ‘강경파’ 라이트하이저 전면배치

CNN은 3일(현지시각) 백악관이 현재까지 므누신 장관이 맡아왔던 협상단 대표 자리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이어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무역대표부 대표가 협상단을 이끄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보호무역주의 강경파와 자유무역주의 온건파가 대립했던 전례가 있다 보니 이번 인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CEO를 역임했으며, 월스트리트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평가까지 받는 므누신 재무장관은 그동안 꾸준히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재개할 것을 주장해왔다. 관세정책의 지지층이 미국의 자동차·철강제조업체들이라면 자유무역을 원하는 것은 IT 등 첨단산업계와 증권시장이다. 실제로 양국 정상이 협상 재개 소식을 발표한 후인 3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7.97p 상승했다. 

반면 무역 전문 변호사 출신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이 중국에게 부과하고 있는 2,500억달러어치의 관세를 설계한 인물이며, 캐나다·멕시코와 나프타 재개정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므누신 재무장관과 수차례 의견 충돌을 빚기도 했다. CNBC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백악관의 대 중국 강경파, 므누신 장관과 래리 커들로 위원장을 온건파로 분류하며 백악관 참모진 사이에서 무역압박 수위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로 분류되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협상을 맡겼다는 것은 그만큼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을 더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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