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 개정안을 지속 발의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고통은 여전하다. 처리 속도가 더딘 탓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 개정안을 지속 발의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고통은 여전하다. 처리 속도가 더딘 탓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디지털 성범죄를 줄이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국회는 불법 촬영물을 근절시키기 위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최근에만 두 차례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피해자가 받는 고통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해결책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큰 변화는 없어서다.

◇ 몰카, 삭제 속도 높이고 요청 범위 늘린다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몰카 등 불법촬영물의 유포를 막기 위해 나서는 상황이다. 특히, 몰카 피해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현행법 개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일주일 새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법안 발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삭제 요청 권한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 내용을 담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유작 금지법’으로, 당사자 외에도 피해자의 가족도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인터넷을 통해 영상이 지속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가가 몰카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그 지원 대상은 당사자에 한정된다. 피해자 가족은 같은 고통을 겪어도 삭제 요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피해자의 범위를 가족까지 넓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가족이 몰카 삭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3일에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몰카 영상의 삭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디지털 성범죄 정보 신속 삭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몰카가 유통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전자심의를 하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현재 방심위는 피해자의 접수를 받은 뒤 심의를 거쳐 사이트 접속 차단 및 삭제 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심의기간은 약 3일 이상이 소요된다. 몰카의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심의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미다. 이에 전자심의를 통해 상시 심의 체계를 구축해 피해를 줄이자는 주장이다. 

노웅래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은 한 번 퍼지면 걷잡을 수 없다”며 “지금까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부 제재는 ‘부지하세월’이었다. 국회 과방위원장으로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신속 삭제법’을 빠른 시일 내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 개정안 지속 발의… 처리는 별개, 대부분 계류 중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한 대안은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점이다. 몰카 유포 등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개정안이 더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부터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으나 대부분은 현재까지도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20건이 넘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처리된 건은 1건에 불과한 수준이다.

실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확인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5일 현재까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돼 발의된 개정안은 총 22건으로 확인됐다. 안건별로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4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3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건 등이다.

그러나 정작 처리된 사안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1건이다. 자의에 의한 촬영물도 동의 없이 유포할 경우 처벌 가능하도록 하며, 영리를 목적으로 피해자 의사에 반해 유포하거나 복제할 경우 법정형에서 벌금형을 삭제해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마저도 지난 10월 12일 발의됐지만 두 달 가까이 지난 1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결국 다양한 대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줄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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