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상무로 승진한 삼양그룹 오너일가 4세 김건호 상무. /삼양홀딩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삼양그룹이 지난 4일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오너일가 4세가 처음 임원으로 승진하며 승계 행보를 본격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입사 4년 만에 일반 사원에서 임원으로 등극해 ‘초고속승진’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삼양그룹의 이번 인사는 승진 16명, 보직변경 5명으로 이뤄졌다. 2011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던 윤재엽 사장이 승진과 함께 삼양홀딩스 스태프 그룹장을 맡았다. 삼양바이오팜을 이끌어온 엄태웅 사장도 승진 명단에 포함됐고, 삼양사에서는 송자량 부사장이 식품그룹장을 맡게 됐다.

삼양그룹은 이번 임원인사에 대해 “키워드는 글로벌, 신사업, R&D”라며 “삼양그룹의 성장 전략인 WIN2020을 통해 추진하는 ‘글로벌 시장확대, 스페셜티 제품 발굴, 신규 사업 추진’과 맞닿아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양사 화학사업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베트남과 헝가리 EP에 새 법인장이 부임하며, 식품사업은 신규사업으로 육성해온 H&B(Health&Beauty)사업에 양윤정 PU장을 선임하며 힘을 실었다. R&D 부문에서는 새로 영입한 조혜련 상무가 삼양바이오팜 의약바이오연구소장으로 선임된 것이 눈에 띈다.

◇ 오너일가 4세, 첫 임원 등극

이번 인사엔 김윤 삼양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상무도 포함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이 된 그는 글로벌성장PU장을 맡는다. 삼양그룹이 이번 인사의 키워드 중 하나로 ‘글로벌’을 꼽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김건호 상무는 미국 리하이대에서 재무학을 전공한 뒤 JP모건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바 있다. 삼양그룹에 합류한 것은 2014년 사원으로 입사하면서다. 처음엔 삼양홀딩스에서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했고, 2017년 부장으로 승진하며 삼양사로 자리를 옮겨 화학부문BU 해외팀장, 글로벌성장팀장 등을 역임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화학부문의 해외시장 성장을 이끈 점을 인정해 그룹 전반적인 해외사업을 맡기게 된 것”이라며 “재무·회계 부문의 전문성과 글로벌 감각 등 역량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와 입사 4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는 점에서 재벌가의 오너일가 ‘초고속승진’ 답습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일반 직원들이 보통 대리로 승진할 무렵에 단숨에 임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해도 오너일가가 아니라면 사실상 불가능한 기간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오너일가가 임원으로 근무 중인 77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 입사 후 임원까지 승진하는데 걸린 기간은 평균 4.2년이었다. 김건호 상무 역시 2014년에 입사해 4년여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이 같은 공식을 따르게 됐다.

특히 이번에 상무로 승진한 15명의 신규 임원 중 30대는 김건호 상무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건호 상무는 1984년생이다. 이 역시 재벌그룹들이 그동안 반복해온 양상과 같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일반 직원의 임원 승진 평균 나이는 51.4세인 반면, 오너일가는 평균 33.7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오너일가 4세 김건호 상무가 임원에 오르면서 향후 삼양그룹의 4세 승계구도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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