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6일 ‘2018 하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서 한국영화산업 결산
내년 한국영화 100주년 맞아 제작사-배급사-극장사 상생 제안

CJ CGV가 ‘2018 하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을 열고 올해 한국영화산업을 결산했다. /시사위크
CJ CGV가 ‘2018 하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을 열고 올해 한국영화산업을 결산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 극장가 흥행의 열쇠는 20대 관객이 쥐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문’과 ‘팬덤’ 문화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내년에는 ‘헤비유저’와 ‘워라밸(워라벨)’이 한국영화시장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CJ CGV가 6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2018 하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을 열고 올해 한국영화산업을 결산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CJ CGV 최병환 신임 대표이사, 이승원 CGV 마케팅담당이 참석했다.

최병환 대표가 한국영화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CJ CGV 제공
최병환 대표가 한국영화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CJ CGV 제공

◇ 최병환 대표 “글로벌 진출, 필수 요소… CGV, 토양 역할할 것”

지난 10월 말 CJ CGV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병환 대표는 글로벌 Top5 사업자로서  CGV가 한국영화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제작사, 배급사, 극장사 등 모든 플레이어들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상생의 틀을 짜자고 제안했다.

최병환 대표는 “이제는 극장과 극장이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극장과 해외여행이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최 대표는 “어떻게 하면 극장 사업자들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영화 산업 전체가 고객을 스크린에 잡아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최 대표는 먼저 “VOD와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관객의 영화 관람 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플랫폼의 활용 전략에 대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전체 영화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플랫폼뿐 아니라 스크린X나 4DX 같은 영화관 내 다양한 포맷을 적극 활용하고, 영화를 시각적인 것에 한정하지 않고 체험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대표는 “영화의 모든 플레이어들은 개별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의사 결정의 참고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트렌드 파악에 도움이 되기 위해 당사가 보유한 관객 빅데이터를 영화업계와 더 많이 나누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CGV의 글로벌 영화관 체인을 바탕으로 한국영화의 시장 확장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단순히 티켓을 많이 팔고, 팝콘을 많이 팔아서 돈만 많이 버는 것이 임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내 영화 시장이 둔화된 가운데 글로벌 진출이 필수 요소가 된 만큼, 한국영화가 해외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국내외 7개국 약 4,000개 스크린으로 뻗어있는 CGV가 토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 2018 영화시장, 외국영화 프랜차이즈 vs 한국영화 다양성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8년 전국 관람객은 11월 말 기준 누적 약 1억9,400만명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99%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든 수준에서 올 한 해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한국영화와 외국영화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한국영화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일 전망이다. 11월까지 한국영화비중은 51%로 외화를 앞섰다. 12월 한국영화인 ‘스윙키즈’, ‘마약왕’, ‘PMC:더 벙커’ 등이 개봉하는 만큼 한국영화비중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강세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1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외화 중 프랜차이즈 영화 비중은 62%로 지난해 50% 대비 12%P 증가했다. 시리즈의 1편을 제외한 수치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에 따르면 2018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기준 10위 작품 중 8편이 프랜차이즈 작품이었다.  

한국영화는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소재를 앞세워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신과 함께’는 1·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공을 넘어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형 액션 ‘독전’, ‘마녀’, ‘공작’은 3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했고, 최근 몇 년 간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공포, 로맨스 장르의 ‘곤지암’, ‘너의 결혼식’,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은 200만 이상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승원 CGV 마케팅담당이 2018년 한국영화 시장 트렌드 분석과 내년 영화산업을 전망했다. /CJ CGV 제공
이승원 CGV 마케팅담당이 2018년 한국영화 시장 트렌드 분석과 내년 영화산업을 전망했다. /CJ CGV 제공

◇ 2018년 추석 연휴 관람객↓ 대작들의 잇따른 부진

전통적으로 비수기였던 올 4월은 외화 ‘마블 시리즈’가 개봉하면서 전년 대비 관람객이 상승한 가운데 8월까지는 전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9월과 10월의 누적 관객수는 전년 대비 90%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극장가 성수기로 꼽히는 추석 시즌 관람객은 전년 추석 시즌의 76.2%에 불과했다.

영화 ‘협상’(누적 196만명), ‘명당’(208만명), ‘안시성’(543만명), ‘물괴’(72만명) 등 추석 시즌에 개봉한 영화들은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며 관객 몰이에 나섰지만,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기거나 손해를 보며 체면을 구겼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2030 고객의 이탈이었다. 이승원 CGV 마케팅 담당은 “추석 시장에서 2030 고객의 중요도는 절대적”이라면서 “이들이 먼저 영화를 선택하고 이후 가족 관람객들이 따라가는 현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2030 이탈 원인으로 이승원 마케팅 담당은 “해외여행도 많이 갔고, 영화관에서 문화를 즐기는 것 외에 대체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점점 투자금액이 올라가면서 더욱 치열해진 경쟁 상황에서 특정 시즌에 유사한 장르의 영화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이목을 끌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 2018년 트렌드 #입소문 #팬덤 #20대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올해 영화 시장에서 ‘입소문’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관객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이 담당은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찾아보는 정보가 평균 3.7개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연령이 어리고, 라이트 유저(Light User, 연 5회 이하 극장 방문)일수록 자신이 볼 영화에 대해 정보를 탐색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객들이 찾아보는 정보들 중에 관람평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바이럴에 의한 관람 포기율이 약 33%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그 방증이다. (10월 CGV 리서치센터의 ‘영화선택영향도 조사’ 기준)

반면 영화 ‘서치’(294만명), ‘완벽한 타인’(517만명), ‘보헤미안 랩소디’(638만명) 등은 비수기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으로 관객들을 불러들여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로 꼽힌다. 이승원 담당은 “꼭 성수기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비수기 시장에서도 목표했던 관람객 이상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보헤미안 랩소디’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번 더 스테이지:더 무비’는 팬덤을 기반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다. /해당 영화 포스터
(왼쪽부터) ‘보헤미안 랩소디’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번 더 스테이지:더 무비’는 팬덤을 기반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다. /해당 영화 포스터

‘팬덤(fandom)’ 문화도 올해 영화 시장을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떼창과 코스프레 등 콘서트 못지않은 열기로 인기를 끈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17년 만에 4DX로 재개봉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10%가 넘는 역대급 재관람률을 기록한 ‘번 더 스테이지:더 무비’ 등이 팬덤을 기반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다.

2018년 영화시장 또 하나의 특징은 20대 관람객의 증가다. 2013년 대비 2018년에는 2529세대 비중이 18%에서 22%로 4%P 올랐다.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20대 관객은 여가 산업, 특히 영화 산업에 있어 근간이 되는 핵심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중 ‘완벽한 타인’, ‘암수살인’, ‘탐정:리턴즈’, ‘독전’, ‘마녀’ 등은 20대 관람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었다.

◇ 2019년 트렌드 #헤비유저 #워라밸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2019년 영화시장을 전망하면서 ‘헤비 유저(Heavy User, 연간 14회 이상 극장 방문)’와 ‘워라밸(Work Life Balance) 트렌드 확산’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담당은 “꾸준히 헤비 유저가 증가해 CGV 회원 비중으로 볼 때 올해 이미 27%를 넘었다”면서 “시장 성장의 발판에 헤비 유저가 있는 만큼 내년 개봉 예정인 기대작들이 예상대로의 성과를 내준다면 2019년에는 관람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캡틴 마블’, ‘어벤져스4’, ‘킹스맨3’, ‘겨울왕국2’, ‘서복’, ‘남산의 부장들’, ‘사바하’ 등 다수의 기대작들이 극장가를 장악할 예정이다.

또 올해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워라밸 트렌드도 관람객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돼 가고 있는 10월 이후부터 주중 저녁시간(19시~21시) 관람객 비중이 지난해 24.3%에서 26.8%로 2.5%P 높아졌기 때문. 이승원 담당은 “내년에는 주 52시간 근무가 더 자리를 잡을 것이기 때문에 관람객 증가의 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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