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해묵은 ‘계파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당에서 벌어지는 분쟁 원인 대부분이 계파갈등에서 비롯됐다. 더구나 한국당의 계파갈등으로 ‘하나’였던 보수정당이 ‘셋’으로 나눠지기까지 했다. 바른미래당과 대한애국당의 뿌리가 한국당이다.

보수세력이 셋으로 갈라진 이후에도 한국당의 계파갈등은 여전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에 대해 아직까지 앙금을 해소하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때로는 한 목소리로 정부여당에 맞서기도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차라리 친박과 비박 배지를 달고 다녀라”(홍철호 한국당 의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한국당 계파갈등 모습은 남북관계와 유사하다. 1945년 일제 압제에서 해방된 한반도는 3년만에 둘로 나눠졌다. 당시 남한은 미군정 통치 를 받으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였다. 반면, 북한은 소련에서 넘어 온 공산주의 체제를 수용했다. 이는 남북갈등을 불러왔다.

남북갈등의 골은 생각보다 깊었다. 6·25 전쟁까지 치른 탓에 몇 번의 화해 손길에도 다툼은 가라앉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들어 남북정상회담 끝에 겨우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남북은 여전히 갈등하고 있지만, 화해하기 위해 대화도 진행 중이다.

어쩌면 한국당은 남북갈등보다 더 깊은 감정의 골을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당의 연이은 선거패배가 계파갈등에서 비롯됐지만, '화해'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친박계(친박근혜계)와 비박계(비박근혜계) 의원들이 갈등극복을 위해 대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는 ‘화해 문서’ 작성에 나섰지만, 탄핵 찬성에 대한 반성문제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화해한 뒤 하나로 뭉쳐 문재인 정부에 대항할 것을 다짐했지만,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크다.

여전히 친박계에서는 ‘사과가 먼저’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은 “복당한 사람들은 국민에 대한 사과와 자신들의 과오부터 반성하고 나서 다음을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했다. 홍문종 의원 역시 “보수 진영이 하나가 되려면 탄핵을 이끈 데 대한 복당파의 고해성사와 사과가 먼저”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소속 국회의원 95명을 대상으로 ‘무엇을 가장 잘못했냐’라고 물은 결과, ‘계파 갈등 및 보수 분열’(53명, 55.8%)을 가장 큰 잘못으로 꼽았다. 이미 한국당 의원들도 계파갈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보스정치 중심의 계파갈등은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 '남북관계 개선보다 한국당 계파갈등 극복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암처럼 퍼진 계파갈등 극복 처방전이 우선 내려져야 건전한 보수세력이 제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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