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사업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비메모리 시장 1위 사업자인 인텔의 파운드리 공장 내부 /인텔 홈페이지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사업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비메모리 시장 1위 사업자인 인텔의 파운드리 공장 내부 /인텔 홈페이지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역성장 가능성이 나왔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대비 0.3%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비메모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비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비메모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영향력은 매우 적은 수준이다.

◇ ‘비메모리’ 키운다는 반도체 기업들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업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서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모리’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비(非)메모리’의 비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비메모리 반도체 종류인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마이크로 컴포넌트 △광학 반도체 △아날로그IC △로직IC 등의 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 International Electronic Devices Meeting)’에서 비메모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를 위탁 제조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자율주행차, 스마트홈 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목적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정기인사에서 비메모리 사업 확대 가능성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6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총괄 이석희 사업총괄사장(COO)을 신임 대표이사(CEO)로 선임했다. 전임인 박성욱 부회장은 SK그룹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ICT위원장을 맡게 됐다. 주목할 점은 이석희 사장의 경력이다. 이 사장은 인텔에 근무한 이력이 있다. 심지어 인텔 재직 시 최고 기술자에게 수여되는 ‘인텔 기술상(Intel Achievement Award)’을 3회 수상했다. 인텔은 비메모리 시장의 1위 반도체 기업이다. 이 사장 선임은 비메모리 사업의 중요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매출 70% 차지… 점유율 높여야 하는 까닭

양사가 비메모리 사업 확대에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메모리’ 사업의 하락세 탓이다. 2019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역성장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대비 0.3% 감소할 전망이다. 전체 시장 규모는 1,651억달러(약 185조원)에서 1,645억달러(약 184조원)로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반면 비메모리 분야는 여전히 상승세다. 같은 기간 비메모리 종류는 시장이 확대될 전망으로, △아날로그 반도체 3.8% △마이크로 반도체 3% △로직 반도체 3.8% △개별소자반도체 3.9% △광전자 6.8% △센서류 5.1% 등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만 시장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중국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 등으로 메모리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된 영향이다. 

제조사가 비메모리에 주력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에서 알 수 있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세계 반도체시장의 호황 배경 및 시사점’에 따르면 비메모리 분야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 반도체 시장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메모리 시장 규모는 1,240억달러(약 138조8,000억원), 비메모리 시장은 2,882억달러(322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메모리 시장보다 2.3배 큰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 나서는 까닭이다.

다만 현재 양사의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약 3%로 미미한 수준이다. 메모리 시장 점유율(58%)와 비교하면 더 대조된다. 비메모리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전망되는 만큼 빠른 점유율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창기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종합팀 차장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 국면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 확대, 핵심 설계기술 개발 등에 나서야 한다. 국내 업체들은 호황기에 얻은 메모리 반도체 수익을 상대적으로 경기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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