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 천지 등반을 마치고 삼지연 초대소에서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 천지 등반을 마치고 삼지연 초대소에서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국민 61.3%가 환영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반대는 31.3%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7.4%로 조사됐다.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리얼미터는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추진되고 있다. 선생님께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다음 두 입장 중 어느 입장에 가까운가"라고 물었다. 이어 선택지로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므로 환영한다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불과하므로 반대한다 ▲잘 모르겠다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조사기간 12월 5일. 조사대상 전국 성인 500명. 응답률 7.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기타 자세한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통상적으로 '반대'라는 말의 대치어로 '찬성'이 사용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찬성도 '적극적 찬성'과 '소극적 찬성'으로, 반대도 '적극적 반대'와 '소극적 반대'로 분류된다. 지난달 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비례성을 확대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찬성'(매우 찬성, 찬성하는 편 ), '반대'(매우 반대, 반대하는 편)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인사들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2018년 대한민국 안보의 빛과 그림자'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꼭 실현돼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려면 그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비핵화 문제와는 연결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 답방 조건으로 북한 비핵화 의지 표명을 전제한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

다만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해야하는 이유로 "한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학습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화문 광장에서 '김정은 만세' 소리와 함께 '김정은 세습통치 반대' 목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는 '자유민주주의 혼성 4부 합창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야 김 위원장이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가치관이 대한민국 경제 기적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알고 일당 독재체제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필요하지만, 그 이유가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은 아니고 환영하는 것도 아닌 셈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환영한다'에 대해 '오는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맞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반대하거나 모르겠다는 사람 외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를 놓고 설문조항 자체에 '어떤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리얼미터는 왜 이번에 통상적인 찬반이 아닌 '환영-반대'로 물어봤을까.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 리얼미터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 리얼미터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환영은 찬성보다 강한 표현으로, 찬성해도 '웰컴(welcome)'은 아닐 수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일반과는 좀 다르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일반적 찬반의 강도보다는 확연히 드러나는 강한 민심을 보고 싶어서 이같이 정했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환영·반대' 앞에 특정한 수식어가 붙는 것이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프레임을 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찬성과 반대를 담는 '건조한 방식'과 달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에 대한 프레임 대결을 반영할 때는 수식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답방 등 대북정책에 대한 프레임 대결은 큰 틀에서 보면 정부여당은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당 등 보수권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한 '위장평화 공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환영하지 않은 찬성'도 환영에 반영될 가능성에 대해선 "찬반에 대한 구조가 이분법적으로 되어 있어, 그런 부분은 포괄하지 못할 수 있다"라면서도 "아마도 통상적인 찬반으로 물었다면, 환영에 해당하는 찬성이 이번 60%보다 더 높게 나왔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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