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왼쪽)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구속영장 기각으로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왼쪽)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구속영장 기각으로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수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공모관계 성립 여부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서 “이미 다수의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는 점,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보면 증거인멸의 우려라든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고 전 대법관의 영장을 기각했다. 고 전 대법관 영장 담당 재판부 역시 기각 사유는 박 전 대법관의 사유와 같았다. 즉, 범행의 관여 정도, 공모 여부, 이미 수집된 증거의 양 등을 종합해보면 현단계에서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법관은 구속 심사에서 사실상 혐의를 전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은 일부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책임의 정도가 다른 피의자들에 비해 가볍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수사를 앞두고 있던 검찰 측은 즉각 반발했다. 특히 검찰은 하급자인 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상급자들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새벽 1시쯤 풀려난 두 전 대법관은 영장심사에 들어서기 전과 달리 짧은 소감을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재판부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 그 외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상당한 압박 속에서 재판부가 소신대로 판단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 전 대법원관은 기자들에게 “추위에 고생이 많다.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두 전직 대법관들의 표정은 한결 홀가분해보였다.

“대단히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검찰은 향후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재영장 청구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을 지휘한 두 전직 대법관은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받고 있는 구체적인 혐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헌법재판소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사법행정 반대 법관 및 변호사단체 부당 사찰 등이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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