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패션사업에서 손을 떼고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서현 전 삼성물산 사장. / 뉴시스
16년 만에 패션사업에서 손을 떼고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서현 전 삼성물산 사장.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이서현 사장의 손을 떠난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진두지휘 해온 이 사장이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 삼성가 오너가로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이 사장의 경영성과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6일 퇴임했다. 앞으로 이 전 사장은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서 그룹공익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삼성복지재단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호암재단 등 삼성이 운영하는 재단 가운데 하나다. 이 신임 이사장의 임기는 4년으로 내년 1월1일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또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도 맡는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셈이다.

이 전 사장의 퇴임을 두고 삼성 측은 “평소 (이 사장이) 소외계층 청소년과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왔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전 사장 스스로 사업보다 사회공헌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외부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전 사장이 수장을 맡아온 패션사업과의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 기대와는 달리 삼성 오너가의 지휘 아래에서도 삼성물산 패션사업이 되살아나지 못하자 그룹과 이 전 사장 모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이 전 사장 체제 아래서 삼성물산의 패션사업은 이렇다 할 성과를 도출해 내지 못한 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물산 패션부문에는 125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이 쌓여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76억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1년 만에 사업이 적자 전환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말 성수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실적 개선에 탄력이 붙지 않으면서 패션부문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전체 삼성물산에서 패션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5.97%로 급락했다. 이 사장 취임 직전인 2015년만 해도 해당 수치는 13%에 달했다. 올해 역시 6%대 회복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3분기 기준 패션부문의 매출 비중은 5.46%에 머물고 있다. ‘2020년까지 10조 매출 시대를 열겠다’는 이 사장의 포부와는 전혀 다른 전개다.

특히 이 전 사장이 직접 브랜딩에 관여한 에잇세컨즈의 부진은 뼈아프다. 에잇세컨즈는 브랜드 런칭 6년이 지나도록 매출 2,000억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경쟁 브랜드인 ‘스파오’(3,000억원)와 ‘탑텐’(2,000억)에도 뒤지고 있다. 궁극적 목표인 유니클로와의 격차는 ‘넘사벽’이다. 지난해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단일 브랜드로만 1조3,73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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