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0 22:06 (월)
[부동산 열기의 ‘허상’] 집값 올라도 씀씀이는 그대로
[부동산 열기의 ‘허상’] 집값 올라도 씀씀이는 그대로
  • 현우진 기자
  • 승인 2018.12.07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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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N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한국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상승했지만, 자산가치의 상승에 뒤따른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했다. /뉴시스
서울 N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한국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상승했지만, 자산가치의 상승에 뒤따른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했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주택, 즉 부동산은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자산이다. ‘어떤 부동산을 몇 채 보유했다’는 그 사람의 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방법이다. 또한 최근 수년간 주택은 가지고 있으면 값이 오르는 자산이기도 했다.

한국의 주택가격은 2010년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상승곡선을 그렸다. 국제결제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가격을 100으로 고정시켰을 때 한국의 주택가격지수는 2018년 2분기에 119.55까지 높아졌다. 기준금리의 인하가 영향력을 발휘한 2013년 하반기부터, 조금 더 멀리 보면 2009년부터 꾸준한 상승세가 기록된 결과다.

주택가격의 상승은 부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늘어난 부는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라는 경제 시스템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한국은행 조사국이 6일 ‘주택자산 보유의 세대별 격차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다지 기여한 바가 없었다.

◇ 자산효과 낮은 ‘고령층·임대목적 주택투자’ 늘었다

한국은행 조사국 이승윤 과장과 최영우 조사역은 해당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에 대한 주택보유가구 소비의 탄력성, 즉 자산효과를 측정한 결과 0.020라는 값이 나왔다고 밝혔다. 주택자산가치가 20% 증가해도 주택보유가구의 소비지출은 단 0.4%밖에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주요 선진국들에 대해 같은 값을 추정했던 선행연구들과 비교하면 가장 영향력이 미미한 축에 속하는 결과다. 사용한 자료와 표본기간의 설정 등이 연구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미국 혹은 OCED 국가들에 대한 주택가격의 소비탄력성 연구들은 대개 0.03~0.18 정도의 추정 값을 내놓고 있다.

낮은 소비탄력성의 원인 중 하나는 세대별 주택자산 보유 비중에서 60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빠르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2013년 30.2%였던 고령층의 주택보유비중은 2017년 34.8%로 4.6%p 높아졌다. 반면 청년층의 주택 보유비중은 동기간 1.4%p, 중·장년층은 3.2%p 감소했다. 고령층(0.021)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의 자산효과가 큰 중·장년층(0.034)의 주택보유 비중이 감소하면서 주택보유와 소비의 상관관계도 약해졌다는 설명이 가능하다(청년층의 경우 표본오차가 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고령층의 주택선호현상은 거주목적이 아닌 주택에서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졌다. 2013~17년 중 고령인구는 도합 112조원을 거주목적 외 주택을 보유하는데 사용했다. 중·장년층(43조원 감소)과 청년층(10조원 감소)의 주택 구입이 대부분 거주를 위해 이뤄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구자들은 “고령층이 노후대비를 위한 임대 목적의 주택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해당 자료를 해석했다.

◇ 소비 대신 집 살 돈·전월세 모으는 무주택자들

주택을 보유한 가구만 주택가격의 변화에 따라 지갑을 열고 닫는 것은 아니다. 주택이 기본적으로 필수재라는 점에서 주택가격의 변화는 전체 인구의 44.1%에 달하는 무주택가구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주택자들은 주택가격이 오를 때 소비가 감소했다(탄력성 -0.246). 한국은행은 “주택보유여부 및 세대별 주택보유 분포를 함께 고려하면 주택가격 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총 자산효과가 매우 작거나, 혹은 마이너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총평했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향후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청년층 무주택자는 더 많은 금액을 저축하게 된다. -0.448이라는 청년층 무주택자의 소비탄력성은 주택가격이 20% 오를 때 이들이 소비를 약 9% 줄인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혹은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중·장년층 무주택자의 소비탄력성은 -0.037로 청년층에 비해 민감도가 매우 적었다.

고령층 무주택자의 경우 주택가격에 대한 소비탄력성이 -0.495로 전 연령대 중 절댓값이 가장 컸다. 소득·고용 여건이 취약한 빈곤가구가 많아 주거비용에 대한 소비여력 취약성이 큰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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