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매 해 한국에서만 1만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몇 년 째 OECD 1위이고, 10대~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질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자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살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면서도, 이야기가 나오면 ‘경쟁사회 탓’이니 ‘경제 탓’이니 손쉬운 이유를 대고 넘어간다. 학교나 직장에서 자살이 발생해도 쉬쉬하기 바쁘다. 이렇다 보니, 자살 문제가 대두된 지 십 수 년이 지났어도 자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는 좀처럼 진전된 것이 없다. 자살예방 정책도 제자리걸음이다.

자살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우리의 마음에 사무치는 것은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다. 자살의 이유를 아는 유일한 사람은 이미 떠나고 없다. 유가족과 지인들은 비탄과 함께 답 없는 의문에 시달리고, 내 탓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대답할 이가 없는 이런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방법이 심리부검이다. 심리부검이란 자살한 사람이 남긴 단서, 삶의 기록, 유가족과의 면담 등을 바탕으로 자살 사망자의 심리를 규명하는 과학적 분석 도구다. 법의학자가 시신을 부검하여 사망 원인을 알아내듯, 사망자의 심리적 흔적을 분석하여 자살의 이유와 배경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떤 요인이 자살에 영향을 미쳤는지 탐색하고, 궁극적으로 실효적인 자살예방 방법을 찾는 것이 심리부검의 목적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살이 특정 사건의 충격이나 우울증 같은 한두 가지 치명적인 원인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부검 연구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자살에는 무척 많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작용한다. 살면서 겪은 크고 작은 사건은 물론 사회문화적 환경, 유전적 요인, 병력, 음주, 가족의 자살 이력 등 다수 요인이 자살이란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역으로 말하면 각각의 자살 위험요인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필요한 보호망을 펼칠 수 있다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자살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하도겸 칼럼니스트는 “‘최소한 내 주변에서라도, 더는 자살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다’ ‘주변에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고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서종한의 새책 《심리부검: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하도겸 칼럼니스트는 “‘최소한 내 주변에서라도, 더는 자살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다’ ‘주변에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고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서종한의 새책 《심리부검: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자살 사망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 희망이 없다는 생각, 세상에 혼자라는 고립감으로 고통을 받는다. 그런데 이것은 살다 보면 누구나가 한 번 이상 겪게 되는 감정이다. 힘들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 해도, 자살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해도, 많은 사람이 삶의 고통스럽고 힘든 시기에 혼자가 된 느낌을 받는다. 그때에 누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누가 하지 않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자살 사망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곁의 힘들고 취약한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또 내가 힘들 때, 내 곁의 소중한 사람이 힘들 때 그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 지지해줄 능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최소한 내 주변에서라도, 더는 자살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다”, “주변에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고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서종한의 새 책 《심리부검: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서종한은 아주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자살예방협회 심리부검 자격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 정신건강법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해군사관학교에서 상담과 심리학 강의를 하였으며 경찰청 프로파일러로 재직하며 6년간 현장에서 범죄 분석과 심리부검을 맡았다. 보건복지부 심리부검 프로젝트, 법무부 심리부검 프로토콜 제작 등을 진행하였고, 중앙심리부검센터 설립에 참여했다. 현재는 한국심리학회와 함께 심리부검 자격과정 개설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 《심리부검: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시간여행, 2018.10.22.출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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