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7시30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KTX 선로에서 서울행 고속열차가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선로를 이탈한 객차. / 뉴시스, 강원도소방본부
8일 오전 7시30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KTX 선로에서 서울행 고속열차가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선로를 이탈한 객차. / 뉴시스, 강원도소방본부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이번 사고는 선로전환기의 이상 여부를 알려주는 경보장치의 회선을 거꾸로 연결해놓은 데서 시작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중상이나 사망자는 없었지만, 빈번하게 발생한 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최근 코레일은 크고 작은 안전사고와 신호규정 위반, 납품비리 등 기강해이 사례가 잇따랐다. 최근 3주 동안에만 열차 관련 안전사고가 10건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19일 새벽 1시엔 서울역에 진입하던 KTX열차가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굴삭기를 들이받았고, 이튿날에는 충북 오송역에서 KXT열차 전기공급이 중단돼 경부선·호남선 열차 120여대의 운행이 지연됐다. 이어 22일에는 분당선 열차가 1시간 가까이 고장으로 멈춰서는 사고가 있었다. 또 23일에는 원주역에서, 24일에는 광명역과 오송역에서 KTX열차가 멈췄다.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안전 재정비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대전의 코레일 본사를 방문해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게 사고대응 매뉴얼, 유지관리체계, 직원훈련 등을 재정비해 철도안전대책 개선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며 “대책발표 전에 전문가 의견을 미리 청취해서 국민 감수성에 부합하도록 세심히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코레일도 특단 조치로 차량 분야 총괄책임자와 주요 소속장 4명을 보직 해임하고 비상대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가 철도 안전대책을 강하게 주문한 지 사흘 만에 강릉에서 KTX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 당시 승무원의 안내나 도움이 없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신 열차에 타고 있던 군인들이 승객의 대피를 도왔다고 한다. 코레일 측은 “사고 당시 안내방송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아 육성으로 대피를 안내했고 승객 구호를 최우선으로 사고를 수습했다”고 해명했다. 코레일의 안전불감증과 내부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에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취임 이후 전문성이 없는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비판받아 온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9일 오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정렬 국토부 2차관, 오영식 코레일 사장,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KTX강릉선 열차사고 현장에서 국민께 사죄한다며 허리를 숙이고 있다. / 뉴시스
9일 오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정렬 국토부 2차관, 오영식 코레일 사장,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KTX강릉선 열차사고 현장에서 국민께 사죄한다며 허리를 숙이고 있다. / 뉴시스

오 사장은 사고 직후 충분한 조사 없이 “기온 급강하로 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강릉 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7~8도 수준이었다. 이날 더 기온이 낮은 다른 지역의 KTX 선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랬다가 9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사고 원인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 회선 연결이 잘못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을 바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강릉선 탈선 현장을 방문해 “코레일의 정비 불량, 사고 대처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며 “다른나라의 철도를 수주하겠다, 남북철도를 연결하겠는다는 꿈을 진행해 나가고 있는데 이런 실수들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수주한다고 말하기 조차 굉장히 민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국민의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에 대한 신뢰가 더는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 더 이상 상황을 좌시하기 어려운 상태다.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이 코레일(한국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TX와 각종 기관차 및 전동차 고장사고는 최근 6년간 6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50건 △2014년 137건 △2015년 99건 △2016년 106건 △2017년 118건 △올 7월말까지 51건 등 최근 5년7개월간 총 66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디젤기관차가 136건으로 고장건수가 가장 많았고 전기기관차(113건), KTX(109건), 전기동차(96건), KTX-산천(95건), 디젤동차(32건), 발전차(25건), ITX-새마을(2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발생한 고장 51건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부품요인에 의한 고장’이 43.1%(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제작결함’(31.4%, 16건), ‘인적요인에 따른 정비소홀’(9.4%, 5건), ‘기타요인’(15.7%, 8건) 등이다.

홍철호 의원은 “고장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차종별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고장 발생 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고장취약 부품 관리 및 성능 등을 개선하는 동시에 시제품 주행테스트 단계상 제작결함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선제적 대응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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